오페라 ‘맥베드’.
오페라 ‘맥베드’는 ‘오페라의 제왕’ 베르디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잘 알려진 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3년 전인 2007년에야 비로소 국내에서 초연됐다. 이번에 무대에 올려진 맥베드 역시 2007년 초연의 주인공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했다.
캐스팅 명단을 보는 순간 ‘흐음, 과연’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 최고의 바리톤 고성현이 맥베드를 맡았다. 맥베드가 아니라 ‘맥베드 할아버지’를 맡았어도 신뢰가 가는 인물이다.
과연 고성현은 레이디 맥베드 알레산드라 레짜와 함께 까다롭기 그지없는 이 작품을 완벽하게 이끌었다. 그의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는 극장 안을 왕왕 울렸고, 그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자신의 처참한 말로를 예견하며 부르는 ‘어떤 위안도 바라지 않는다. 왕의 기념비 위에 저주만이 있을 뿐. 아, 그대의 상여가가 될 것이다’하는 마지막 독백에서 관중의 끊임없는 환호에 그는 연기를 잠시 중단하고 객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해야 했을 정도였다.
레짜의 레이디 맥베드 역시 대단했다. 소프라노 주역치고는 지나치게 당당한(?) 체구도 권력욕에 불타는 팜므파탈에 잘 어울렸다. ‘누구든 맡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레이디 맥베드의 노래를 풍성한 성량과 기량으로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방코 역의 베이스 김요한도 빼놓을 수 없다. 남성미 풀풀 풍기는 멋진 음성을 들려준 이날 방코의 유일한 죄과(?)는 너무 일찍 죽어버려 후반부에서 볼 수 없었다는 점일 것이다.
국내 초연의 자부심은 무대 곳곳에서 묻어났다. 특히 극의 막판에 ‘숲이 움직인다’라는 예언이 이루어지는 반란군의 공격 장면에서 보여준 드라마틱한 빛의 연출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국립오페라단의 맥베드는 14, 16, 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합창단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며 지휘는 마르코 발데리가 맡는다.
특히 ‘오페라가 뮤지컬보다 나은 게 뭐지?’라고 궁금해 하는 관객에게 권하고 싶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