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액션스타의 모든 것] ‘김태희 액션’이 별거야? 으악! 1시간만에 녹다운

입력 2010-03-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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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스쿨을 찾은 이정연(왼쪽 두 번째), 김민정(가운데) 기자가 발차기를 하며 힘겨워 하고 있다. 훈련생들은 맞고 때리는 ‘합’을 위해 수 개월 간 발차기와 구르기, 낙법 등만 수련하는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액션 연기, 그것이 궁금하다

체험, 투걸스!


본지 여기자 액션스쿨 긴급출동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액션 영화를 보면서 현란한 동작에 매혹돼 친구들과 어설픈 흉내를 내기도 하고, 티가 나는 대역의 모습에 실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염이 치솟는 자동차 폭발 신이나 눈을 뗄 수 없는 실감나는 거친 싸움 장면 뒤에는 이를 멋지게 ‘연기’(?) 하는 액션 전문가들의 땀과 노력이 숨어 있다.

그래서 찾아갔다.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을 하는 격투 동작에서 맨몸으로 높은 곳을 뛰어다니는 고난도 연기에 이르기까지 액션 연기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 곳.

액션스쿨을 스포츠동아의 이정연 김민정, 두 여기자가 찾아갔다.

가장 어려운 액션은 ‘맞고 때리기’
‘발차기·구르기’는 몇달 동안 반복
액션스쿨 지옥의 6개월 코스
훈련비? 공짜!
그래도 다 채우는 사람 드물어요


간단한 훈련부터 저질체력 KO패!



○ 체험 전. “두 분 다 괜찮으시겠어요?”

액션스쿨 도전을 위해 전 서울액션스쿨의 대표이자 최근 경기도 일산에서 후배 양성을 위해 액션 트레이닝 클럽의 오픈한 이홍표 무술 감독에게 1일 교육을 부탁했다. 이홍표 감독은 흔쾌히 수락하면서 “훈련하시다가 도망가면 안 되는데…”라고 단단히 마음의 각오를 하라고 당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뭐, 놀이기구 타는 기분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한껏 들떠있었다. 다음 날 닥쳐올 재앙이 어떤 것인지 까맣게 모른 채.

선배에 한방! 캬, 멋지죠?…쯧쯧



○ 체험 당일. “제대로 체험해야 기사에 묻어나죠. 얼른 하세요!”

‘아이리스’에서 김태희와 김소연이 보여준 실감나는 액션 장면을 머리에 그리며 액션 트레이닝 클럽을 찾았다. 이홍표 감독과 1일 ‘액션연기 도우미’로 우리를 도울 배우 정석원이 반갑게 맞았다. “준비 되셨죠?”라는 말이 끝나자, 이 감독은 곧바로 일산 호수 공원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날은 전날 내린 수도권의 폭설로 인해 기온이 뚝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호수마저 꽁꽁 얼어 있었지만 달리기와 점프, 계단을 오르내리며 몸을 풀었다. 달리기와 제자리 뛰기 등은 단순해 보일지는 몰라도 실전에서 순발력을 키우는데 가장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첫 단계인 기초 훈련부터 체력이 방전돼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이 감독에게 ‘여성에 대한 배려’를 말하며 훈련의 강도를 낮춰 달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냉정한 한 마디. “제대로 체험해야 기사에 그대로 묻어나죠. 그리고 오늘 훈련량은 평소의 반도 안 되는 거예요.”


○ 훈련 1.“가장 어려운 액션이 맞고 때리기?”

1시간여의 기초 체력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트레이닝 클럽. “이제 와이어 타는 거예요?”라는 말에 이 감독은 ‘왕초보’들의 지나친 욕심을 제지했다.

“제일 어려운 액션은 맞고 때리는 합(合).”

그리고 그 제대로 된 합을 위해 액션스쿨에서는 몇 개월 동안 발차기와 구르기, 낙법 등만 수련한다고 소개했다. “주먹으로 때리고 맞는 게 가장 쉬워 보이죠? 하지만 보는 것과 달리 자동차나 오토바이 액션이 더 안전해요. 안전 장비가 다 갖춰져 있고, 큰 어려움이 없죠. 그러나 두 사람이 만드는 격투의 합은 호흡이 1%%만 흐트러져도 부상을 입어요. 그리고 액션에도 감정이 들어가게 되니까 절제하지 않으면 뼈 하나 부러지는 건 보통일이죠.”

악!구르기…사람살려



○ 훈련 2. “발차기와 구르기만 몇 달 동안 반복”

액션 장면 하나 배우는 것이 이렇게 험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훈련생들이 몇 개월 동안 반복 훈련한다는 발차기와 앞·뒤구르기부터 시작했다. 훈련에 익숙한 정석원의 다리는 자신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데 기자들의 다리는 허리 위를 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체육시간에 배운 잘못된 구르기법으로 ‘구르기 공포증’이 있던 기자는 매트 위에서 쩔쩔매며 이 감독의 눈치만 살폈다.

“내 말만 믿고 몸을 맡겨보세요. 몸에 힘을 빼고, 두 손을 앞으로 하고 몸을 동그랗게 말라고요.” 이 감독의 말대로 몸을 움직이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은 건 이미 오래전이다.


○ 훈련 3. “무술 감독은 액션의 디자이너”

실제로 때리고 맞는 액션을 설명하는 동안 이 감독의 눈이 매서워지고 한층 예민해져 있다. 그는 “무술 감독은 액션 전체를 총괄하는 디자이너에요. 혹시 발생하는 사고도 모두 무술 감독의 책임이에요. 그래서 실제 훈련에서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이 감독은 상대를 때릴 때는 주먹이 인중 높이에 있어야 하고 상대방에게 눈을 떼지 말아야 하며 몸도 먼저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맞는 연기 역시 주먹이 자신의 눈 앞에 올 때까지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하고 순간의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꾸 발이 앞으로 나가잖아요! 감정을 절제해요 절제! 그러다가 진짜 때립니다.”

마음만 앞서는 기자의 어설픈 액션에 이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 훈련 4. “액션 배우는 데 얼마에요?”

이 날 체험은 이 감독과 함께 훈련 중인 팀 액셔너(Team Actioner) 멤버들과 함께했다. 이들은 액션에 문외한인 여기자들이 훈련 중 다치지 않게 자세를 교정해주고, 파트너 역할을 해주었다. 이들과 이야기하던 중 깜짝 놀랄만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액션을 배우는 데 강습비가 모두 무료라는 것.

공짜로 액션을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하자 이 감독은 “6개월 동안 훈련비가 공짜지만 기간 내내 훈련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오전에 와서 오후에 도망가는 사람도 많아요.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라면서 줄행랑을 치는 거죠. 다들 액션배우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왔다가 현실을 깨닫고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 마무리 훈련. “호흡이 관건”

여러 차례 맞고 때리기 연습이 끝나고 실제 둘이 마주 선채 합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혼자 연습할 때와 달리 손발이 맞지 않았다. 역시 호흡이 관건이었다. 몇 번의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고 완벽한 합을 이루자 그때서야 이 감독이 “왕초보는 면했네요”라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 체험을 마치고. “내일 또 나오실거죠?”

단순하게 보였던 맞고 때리기의 합 하나를 완성했을 뿐인데 두 다리가 쑤시고 몸에서 진땀이 났다. 거기에 긴장이 풀리니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끝난 줄 알았더니 이 감독은 다시 집합시켜 몸풀기 운동을 시켰다. 마무리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일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에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마무리 훈련을 끝마쳤다.

처음 트레이닝 클럽을 들어설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문을 나서자 이 감독이 의미심장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연습시간은 10시부터 시작입니다. 우리 그럼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는 거죠?”
이정연 기자 annjoy@ donga.com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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