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앨커트래즈’ 청송교도소, 본격 사형준비

입력 2010-03-1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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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방지용 종이탁자청송2교도소의 독거수감실 내부. 5.4㎡ 넓이의 독방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으며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탁자도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청송=원대연 기자

자해방지용 종이탁자
청송2교도소의 독거수감실 내부. 5.4㎡ 넓이의 독방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으며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탁자도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청송=원대연 기자

삼면이 절벽… 탈주자 全無
흉악범은 2교도소 독방에
운동도 ‘1인용 공간’서 해결
청송교도소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16일 오전 8시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정오가 돼서야 경북 안동시에 닿았다. 안동시에서 다시 동쪽으로 산길을 굽이굽이 달리기를 40여 분. 내려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슬아슬한 계곡을 수십 차례 지난 뒤에야 ‘한국의 앨커트래즈(미국 샌프란시스코 만 가운데 절벽으로 둘러싸인 섬에 있던 중죄수 교도소)’로 불리는 청송교도소(경북 청송군 진보면)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광덕산 꼭대기의 초소에 올라 교도소를 내려다보니 삼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고 있었고 트인 한쪽 면은 낙동강의 지류인 반변천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천혜의 요새’가 따로 없었다. 이날엔 거센 황사바람까지 몰아쳐 청송교도소는 세상과 더욱 동떨어진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교도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탈주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청송교도소는 모두 네 곳으로 나뉘어 있다. △일반 범죄자 각각 422명과 194명을 수용하는 청송1, 3교도소 △192명을 수용하는 직업훈련교도소 △흉악범 259명을 수용하는 청송2교도소 등이다. 특히 청송2교도소는 다른 교도소에서 교도관 및 수용자를 폭행하거나 상습적으로 규율을 어긴 중범죄자들을 보내는 곳이다. 탈옥수 신창원 같은 유명 범죄자들이 이곳에서 복역한 적이 있다.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 김길태 씨도 2001년 30대 주부 납치 성폭행 사건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을 때 이곳을 거쳐 갔다. 교도소 관계자는 “김 씨는 교도소 내 폭행 등으로 문제가 많아 몇 번이나 이곳을 들락거렸다”고 기억했다.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성폭행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은 현재 이곳에 수감돼 있다. 16일 이곳을 방문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창살을 사이에 두고 조두순을 접견했다. 앉은뱅이책상에서 성경을 읽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두순에게 이 장관은 “반성하고 있지요”라고 물었고 조두순은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조두순의 독방에는 16일자 동아일보가 놓여 있어 최근의 김길태 씨 사건과 사회 분위기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

청송2교도소에 수용된 범죄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넓이 5.4m²의 독방에서 혼자 지낸다. 10cm가 넘는 두꺼운 나무문, 아무 장식이 없는 하얀 벽면, 촘촘히 박힌 쇠창살은 보기만 해도 찬 기운을 내뿜었다. 자해를 막기 위해 옷걸이를 두지 않았고 밥을 먹거나 책을 읽기 위한 탁자도 종이박스로 만들었다. 교육과 운동을 위해 이동할 때는 반드시 수갑을 차야 하고 교도관 2명이 동행한다. 실외운동도 부채꼴로 높은 담이 둘러쳐진 1인용 운동장에서 혼자 해야 한다. 그런 탓에 교도소 안에서 다른 수감자와 마주칠 일은 없다.

청송=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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