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14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EPCO45와 대한항공 간의 V리그 남자 경기에서 ‘포지션 폴트’로 인해 무려 8점이 감점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포지션 폴트’란 서브나 그 이외의 모든 상황에서 서브를 넣은 순서의 선수 배열이 바뀌었을 때를 뜻한다. 서브 순서가 바뀌거나 자리 이동 순서가 잘못됐을 때 주로 지적된다. 야구로 치면 부정위타자다.
상황은 이랬다. 세트스코어 1-2로 KEPCO45가 뒤진 채 맞은 4세트. 2-9로 끌려가던 KEPCO45는 상상 못할 반칙을 했다. 서브 로테이션에 따라 이영준이 서브를 넣을 차례에서 교체 투입된 외국인 선수 조엘이 순서를 어긴 채 서브를 했고, 경기는 10-15까지 이어졌다.
기록원이 뒤늦게 KEPCO45의 서브 순서가 잘못된 것을 알고, 마낙길 경기감독관은 경기를 중단시켰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규정에 따라 KEPCO45는 사고가 일어난 시점의 스코어로 돌아가고 상대 팀의 득점은 인정돼 2-15에서 다시 경기를 계속해야 했다. ‘포지션 폴트’ 상황은 과거에도 간혹 벌어졌고, 국제 대회에서도 종종 나오긴 했으나 대개 2~3점에 그친 탓에 이번 사건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당시 기록원의 보고가 늦었기 때문에 경기가 한참 동안 진행됐다. (서브) 순서를 계속 살피고 이상유무를 확인해야 할 심판진, 감독관, 기록원에게 모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KEPCO45 강만수 감독은 “워낙 경기가 빨리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1차적인 책임은 선수를 투입하고, 포지션별 이동을 정리하지 못한 내게 있다”고 잘못을 솔직히 시인했다.
KOVO는 당사자들로부터 사건 경위서를 받은 뒤 향후 문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