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MLB IN&OUT]‘100마일 사나이들’…빅리그 사로잡다

입력 2010-03-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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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빠른 볼을 던진 투수는 SK 와이번스의 엄정욱이다. 시속 158km를 던졌다. 이제 길었던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서 155km를 던지며 ‘강속구 킹’의 복귀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물론 구속이 투수의 성적이나 미래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이를 받칠 수 있는 컨트롤과 변화구 구사 능력, 견제 능력 등 투수로 갖춰야 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빠른 공은 투수들의 영원한 로망이고 팬들을 열광시키는 요소 중의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언뜻 생각하면 100마일(161km)과 99마일은 1.6km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지난해를 기준으로 100+마일의 속구에 헛스윙은 27.3%였고, 99마일의 헛스윙 확률은 23.5%였다. 역시 빠른 공인 97마일(156km)의 경우 헛스윙율은 18.9%로 뚝 떨어지게 된다. 아마 이런 점도 빠른 공의 매력을 더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는 두 명의 신인 광속구 투수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성패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소리 없이 사라져간 과거의 강속구 투수처럼 될 수도 있고 훌륭한 족적을 남기는 대투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지금 중요한 것은 이들의 이력과 구속만으로도 대중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의 미래는 어떨지 궁금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2·워싱턴 내셔널스, 193cm/99kg)

샌디에이고 주립대 시절인 2008년 강속구로 미 전역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100마일(161km)의 구속으로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이런 활약으로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됐고, 2009년 아마추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와 1510만 달러에 계약하기 전까지 대학 리그에서 13승1패, 방어율 1.32를 기록했다. 109이닝을 던져서 삼진 195개를 잡았고 볼넷 허용은 단 19개. 피안타는 59개였다. 그러면서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투수로 꼽혔다.

대학 시절 한 경기에서 23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적이 있었고, 노히트 경기도 만들어냈다. 워낙 아마추어 시절부터 명성이 높아 구단의 기피 1호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계약했다. 당시 보라스는 3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원한다고 공공연히 떠들어 더더욱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프로 계약 이후 마이너 등판이 예정됐을 때 각 언론사의 기자들이 몰려드는 기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으며 한동안 올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 만큼 초대어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일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선발등판, 2이닝 2안타 2삼진으로 호투하며 기대를 부풀렸다. 그렇지만 개막전 로스터 포함은 아직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만약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더라도 극심한 부진과 부상만 아니라면 올 시즌 그의 모습을 빅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로디스 채프먼(22·신시내티 레즈, 193cm/84kg)

지난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쿠바 대표팀에 포함되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대회 시작 전부터 100마일의 사나이로 이름을 알렸다. 예전 같지는 않아도 아직 미국 본토에서는 쿠바 출신 선수들에 대한 환상이 살아있다. 그 환상을 현실화해 줄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채프먼이다. 여러 팀들의 경쟁 끝에 신시내티가 3000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해 잡는데 성공했고, 그 역시 지난 9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최고구속 102마일(164km)의 강속구를 선보이며 2이닝 1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한 미국 프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지금 당장은 스트라스버그와 비교해 컨트롤이나 경기를 운영하는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젊은 나이와 타고난 하드웨어는 무서운 잠재력을 느끼게 한다. 또한 좌완이라는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을 구사하지만 아직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의 강속구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오프 스피드 피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고, 특히 들쑥날쑥한 컨트롤을 확실히 잡아줘야 한다. 일단 현재 상태에서는 레즈의 5선발 경쟁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컨트롤 이슈가 해결돼야 그를 빅리그에서 빠르게 만날 수 있다.

이 두 투수는 메이저리그와 계약을 하기 전부터 주목을 받던 강속구 블루칩이다. 이제 이들은 소문을 현실화하는 일만 남아있다. 과연 2010 빅리그에 이들의 강속구가 새바람을 일으킬지 지켜볼 일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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