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프로야구의 시범경기는 21일로 끝났다. 메이저리그(MLB)는 4월 4일(한국시간)까지다. 2010정규시즌은 4월 5일 디펜딩 챔피언 뉴욕 양키스와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의 대결로 막이 오른다.
국내프로야구는 외국에서 시작되는 동계훈련과 국내의 시범경기로 구분된다. MLB는 모든 게 한 지역에서 이뤄진다. 이를 통상적으로 스프링 트레이닝이라 부른다. 훈련 위주의 국내프로야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의 훈련 시작이 1개월 정도 빠른 데다 MLB는 시범경기 중심으로 이뤄진다. 3월 3일 시작해 4월 4일까지 보통 한 팀이 30게임 이상을 치르고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MLB는 훈련과 시범경기를 포함해 딱 하루를 쉰다.
지난 20일 동안 애리조나 캠프지 투산을 제외한 13군데를 살펴봤다. 예전 플로리다 캠프지를 포함하면 거의 모든 메이저리그의 훈련지를 방문했다. 이를 토대로 MLB의 봄 훈련과 시범경기를 자세히 살펴본다.
●애리조나를 선호하는 이유
애리조나의 스프링 트레이닝을 캑터스리그, 플로리다를 그레이프프루트리그라고 한다. 애리조나의 선인장, 플로리다의 특산물 자몽에서 따왔다. 올해 신시내티 레즈가 애리조나의 굿이어로 캠프지를 옮겨 현재 양쪽에 나란히 15개 팀씩이 나뉘어 있다. 예전에는 플로리다에 팀들이 집중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애리조나를 선호해 올해부터 동수가 됐다.
애리조나가 선호받는 까닭은 이동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피닉스를 중심으로 40분 안팎의 거리에 13개 팀이 모여 있다. 피닉스에서 승용차로 1시간30분 가량 떨어져 있는 투산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콜로라도 로키스, 두 팀이 따로 있다.
애리조나는 팀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어 각 팀이 시범경기를 치르는데 용이하다. 플로리다는 이동거리가 긴 편이다. 플로리다의 동부에서 서부로 원정경기를 갈 경우 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버스로 이동해야 하므로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원정경기에 불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키스(탬파)와 레드삭스(포트마이어스)는 플로리다의 서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시범경기에서는 맞붙지 않는다. 두 팀의 이동거리만 2시간 가량 소요된다.
애리조나에서는 거의 모든 팀이 한차례 정도씩 시범경기를 치르지만 플로리다에서는 이동거리 탓에 지역별로 집중 게임을 벌인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주피터)와 뉴욕 메츠(포트세인트루시)는 7차례나 경기를 치른다.
●시범경기는 큰 수입원
8일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호호캄 파크에서는 LA 다저스와의 경기가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부터 피닉스 일대에 비가 내렸다. 다른 구장들은 오전 11시쯤 일찍 경기를 취소했다. 시범경기는 대부분 오후 1시5분 시작된다. 그러나 컵스 구단은 오후 1시가 지나도 경기를 취소하지 않았다. 다저스 조 토리 감독은 비가 내리는데도 호호캄 파크에 왔다. 경기장에서 비만 구경한 뒤 취소 통보를 받고 오후 1시30분이 돼서야 돌아갔다.
그렇다고 다저스와 토리 감독이 컵스 구단의 처사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이날 경기는 매진(1만3100명 수용)이었다. 비로 큰 수입이 허공에 날아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MLB의 시범경기 연간 수입은 구단의 인기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1500만달러(170억원)에서 2000만달러(230억원)에 이른다. 게임이 많은 이유도 수입과 직결돼서다. 시범경기의 평균 입장요금은 20달러 정도이며 주차비는 5달러다. 시범경기는 열기만 다를 뿐이지 정규시즌과 방식은 하나도 차이가 없다. 신시내티 개막전에는 F-16 전투기 4대가 굉음을 내며 구장 상공을 지나가며 축제분위기를 띄웠다.
●열기로 인기도 알 수 있어
애리조나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구단은 컵스와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다. 플로리다에서는 양키스, 레드삭스, 카디널스다. 이들 구단의 시범경기 평균 관중은 1만명 가량이다. 컵스는 지난해 총 20만3105명이 시범경기에 입장했다. 추신수가 활약하는 클리블랜드의 훈련지 굿이어는 애리조나의 신흥도시로 팬들이 많이 모이지 않는 곳이다. 정착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전훈지에 팬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스타플레이어들을 가까이서 보는 장점도 있으나 사인을 받기 쉬워서다. 정규시즌에는 선수들이 성적에 민감해 사인을 쉽게 해주지 않는다. 특히 슈퍼스타의 사인은 받기 어렵다. 하지만 훈련지에서는 성적 부담이 없어 편안한 마음으로 해준다. 구단도 선수들이 이동하는 동선을 팬들에게 사인해주기 쉽도록 해놓았다.
●초청선수와 스플릿스쿼드 게임(SS)
국내프로야구에 없는 게 논로스터 인바이티(초청선수)와 스플릿스쿼드 게임(동시게임)이다.
보통 한 팀의 훈련지에는 MLB 엔트리 40명과 초청선수 25명 정도, 마이너리그 유망주 등 70여명 이상이 북적거린다. 초청선수는 주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베테랑들이다. 구단은 시범경기를 통해 기량을 확인하고 엔트리 결정을 한다. 일종의 ‘먹튀’ 예방이다. 3월 20일이 지나면 서서히 선수들이 정리되는 단계다. SS는 하루에 같은 팀이 두 경기를 펼치는 시스템이다. SS 경기도 워낙 대규모의 선수들이 모여 있어 팀을 나눠야 시범경기에 출장할 수 있다. 게다가 15개 팀이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 나뉘어져 있어 전 구단이 게임을 치르려면 짝수가 돼야 한다.
훈련지에 대규모 선수들이 참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발 로테이션을 정규시즌에 맞춰야하기 때문이다. 엔트리 40명으로는 선발로테이션을 지킬 수 없다. 참고로 선수들은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동안 연봉이 없다. 밥값만 나온다. 추신수에 의하면 팁을 줘야 하기 때문에 밥값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LA | 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