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구단 사무실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일반 기업의 사무실과 다를 게 없다. 책상, 컴퓨터, 팩시밀리, 복사기…. 직원들을 위한 카페테리아가 있지만 거기서도 눈에 띄게 다른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다. 직원들의 복장도 마찬가지. 사무실만 따지자면 야구단이라기보다 평범한 중소기업 사무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정말 특별한 곳이 있다. 메이저리그를 쥐락펴락하는 단장의 사무실이 그렇다. 사무실에서야 직원들끼리 부대끼며 지내지만 쉽게 지나칠 수 없으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 하루 서너차례 지나가지만 특별한 미션이 있을 때만 출입이 가능한 곳. 거기가 바로 단장의 사무실이다. 실제로 10년 넘게 야구단에 근무했지만 단장 사무실에 불려간 것은 딱 여섯 번이 전부였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동료들보다는 많은 편이었는데 그 때문에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또 솔직히 한 때는 ‘어떻게 하면 저 사무실을 내 방으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진로에 대한 고민도 심각하게 해본 적이 있다.
직접 찾아본 단장의 사무실은 테오 엡스타인, 짐 두켓, 댄 오드워드, 그리고 오마 미나야의 사무실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단연 미나야의 방이었다. 정말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화기 한대와 먼지가 잔뜩 쌓인 컴퓨터 모니터만 달랑 보이는 썰렁한 사무실이었다. 현장과 필드를 중요시하는 그의 야구 철학을 한눈에 읽을 수 있었다.
그와 달리 두켓 단장의 사무실은 증권회사의 업무실같은 느낌이었다. 벽에는 MLB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도표가 걸려 있었고, 책상 위에는 각종 서류와 자료들이 가득 놓여있었다. 두켓은 데이터를 중시하는 단장이었다. 컴퓨터 모니터도 2개, 전화도 2대였다. 오드워드 단장의 사무실은 교장 선생님이나 대학교수 연구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서재의 느낌이 날 정도로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야구관련 서적은 한권도 보이지 않았다.
단장은 한 구단을 책임을 지고 있는 직책이다. 구단관련 정책을 세우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단장이다. 그들의 사무실 모습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단장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연령대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다. 하지만 그 단장들의 세계에서 한가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스타일의 야구를 추구하든 자신만의 야구철학이 있다는 것 하나와 아무리 철학과 가치관이 확고하더라도 성적이 부진하면 자신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or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twitter.com/danielkim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