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KLPGA 투어 5관왕 출신인 서희경(오른쪽)과 라이벌 유소연이 2010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전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제공=KLPGA]
올 LPGA 출신 복귀 등 경쟁 더 치열
독식 NO!…4승만 해도 지존 가능성
국내 여자프로골프가 4월 7일부터 화려한 막을 올린다.
제주 레이크힐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김영주골프여자오픈을 시작으로, 12월 열리는 한일여자골프대항전까지 총 23개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해 국내 여자골프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낼 전망이다.
지존에 오른 서희경(24·하이트)이 건재하고, 유소연(20·하이마트), 김하늘(22·비씨카드), 홍란(24·MU골프), 최혜용(20·LIG), 이정은(22·호반건설) 등 경쟁자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미 LPGA 무대를 경험한 홍진주(27·비씨카드), 배경은(25·볼빅), 임성아(26·현대스위스저축) 등 해외파 출신까지 가세해 화려한 스타워즈를 펼친다.
이로 인해 예전 같은 우승 싹쓸이 현상은 사라질 전망이다. 2008년 신지애가 7승, 2009년엔 서희경이 5승을 챙기면서 독식해왔지만 올해는 치열한 경쟁으로 4승 정도면 상금여왕 등극도 가능해 보인다.
최대 관심사는 서희경의 상금여왕 2연패 달성이다. 지난해 5승을 따내며 상금과 KLPGA 대상, 다승, 최저타수상 등 5관왕에 올랐던 서희경은 내년 시즌 해외진출을 앞두고 다시 한번 지존에 등극하겠다는 각오다.
준비는 끝났다. 지난겨울 7주간의 하와이 전지훈련을 통해 더욱 강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서희경은 “실전 라운드를 비롯해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체력훈련도 했다.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20야드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국내무대와 함께 해외무대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올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메이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려 월드랭킹을 20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적절한 체력 안배와 경쟁자들의 도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차단하느냐다. 서희경은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 불참한다. 미 LPGA 투어 기아클래식과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연속 출전하는 바람에 개막전 출전을 포기했다.
● 라이벌 유소연 한발 먼저
지난해 지존 경쟁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은 유소연은 올해 확 달라졌다.
출발이 좋다. 2010 시즌 개막전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희경을 꺾고 첫 승을 따냈다. 서희경이 불참하는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도 유소연은 출전을 강행한다.
서희경과 함께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출전하지만 유소연은 하루 쉬고 다음날부터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
손가락 부상도 완쾌돼 올해는 마음 놓고 샷을 뿌릴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하반기부터 손가락 부상에 시달렸던 유소연은 결국 시즌 종료를 앞두고 서희경에게 상금여왕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올해는 목표를 높게 잡았다. 유소연은 작년까지 타이틀에 대해 큰 욕심을 내지 않았지만 올해는 시즌 전부터 “다승왕에 오르겠다”며 독기를 품었다. 동계훈련을 통해 체력 보강과 샷의 정확성까지 더했다.
유소연은 “아이언을 스틸 샤프트로 바꿨다. 스윙에 변화를 주면서 더 정교한 샷을 할 수 있게 됐다. 스윙 때 발생한 조그만 문제들까지 완벽하게 보완했다. 올해는 꼭 다승왕에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 배경은, 홍진주 등 복귀 변수
2005년 KLPGA 투어 상금여왕 출신 배경은은 올해부터 국내와 미 LPGA 투어를 병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8개 대회 정도에 출전할 계획을 세워뒀다.
배경은은 “그동안 미 LPGA 투어에만 비중을 둬서 그런지 아쉬움이 있었다. 몸은 피곤하겠지만
국내 대회에도 자주 출전해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홍진주는 3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2007년 SK엔크린인비테이셔널과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을 거머쥐며 LPGA에 진출했던 홍진주는 올해부터는 국내무대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LPGA 투어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한을 국내에서 풀겠다는 각오다.
홍진주는 “몇 승을 하겠다는 목표보다는 매 대회마다 톱10을 목표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지만 찾아온 기회마저 놓칠 생각은 없다.
또 다른 LPGA 멤버 임성아도 올해부터는 국내무대에서 뛴다. 6년 만의 복귀다. 임성아는 국내무대 경험이 1년 밖에 되지 않지만 올해 목표를 2승을 잡았다. “후배들이 실력이 뛰어나지만 주눅 들지 않고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 미 LPGA 투어에서의 경험을 살리면 2승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2009 시즌을 무승으로 보낸 김하늘과 홍란도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꾸준한 체력훈련과 전지훈련 등으로 구슬땀을 흘린 김하늘은 “지난해처럼 쉽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홍란도 “체력도 좋아지고 드라이버 거리도 늘었다. 무엇보다 약점이던 퍼트를 보완해 올해는 2008년 못지않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