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가요계에 유난히 여성가수나 걸그룹들의 신곡 발표가 늘어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시의성, 둘째는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섹시코드의 영향이 크다. 6월11일 개막하는 월드컵은 스포츠 뿐 아니라 가요계에서도 ‘대목’이다. 여러 경기에 맞춘 응원전과 각종 행사들이 벌어진다. 이때 무대를 주도하는 것이 가수들이다. 특히 화려한 춤과 외모를 앞세운 여자 가수들은 월드컵 응원전에 관심과 화제를 일으킬 주인공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력 15년이 된 한 가수의 매니저는 “과거에는 보통 여름을 앞둔 5∼6월에 여자 가수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올해처럼 2∼3월부터 쏟아지는 건 이례적인 경우”라며 “일찌감치 활동을 시작해 월드컵 특수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 된다”고 밝혔다.
이미 5∼6년 전부터 여자 가수들에게 ‘필수덕목’이 된 섹시코드 역시 여성 가수 전성시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로 브라운아이드걸스, 카라 등의 걸그룹부터 이효리, 손담비, 아이비 등 스타급 여성 가수 대부분은 섹시한 외모와 춤, 의상으로 무장하고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룹과 솔로, 10대와 20대 등 팀 형태와 나이의 벽도 없다. 가요 관계자들은 이제는 여성 가수들이 주도하는 섹시코드는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솔로 가수로 성공한 이효리가 일으킨 신드롬으로 인해 4∼5년 전부터는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청순미보다 섹시미가 미덕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점점 더 자극적인 모습의 여성 가수들이 등장하는 게 최근 가요계의 특징이다. 한 중견 음반 제작자는 “요즘 가요계가 섹시어필의 여성 가수 일색이란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그 틈에 발라드 가수가 출연한다면 누가 그 가수의 노래를 집중해 듣겠느냐”고 되물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