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엄정욱 151km 부활 2070일 만에 선발승

입력 2010-04-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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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씽’이 돌아왔다! SK 엄정욱이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1실점 역투로 선발승을 거뒀다. SK 선발진은 새 엔진을 장착하게 됐다. 스포츠동아 DB

슬라이더·커브등 컨트롤 척척
넥센전 5이닝 3K 1실점 첫승
새 조커 부활 SK 마운드 숨통


2070일간의 기다림이었다. SK 엄정욱이 6년여 만에 선발승을 신고하고, 웅크렸던 어깨를 폈다.

2000년 쌍방울에 입단한 엄정욱은 시속 160km에 이르는 광속구로 주목 받았지만, 형편없는 제구력과 잦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2006년 어깨, 2007∼2008년에는 팔꿈치. 몸에 칼을 댄 적만 3번이다. 2007∼2008시즌에는 아예 단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보여준 것이 없으니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지사. 프로 10년차 연봉이 고작 2900만원이다.

그럼에도 SK 김성근 감독은 엄정욱을 2010시즌의 기대주로 꼽아왔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예전과 다르다”는 이유였다. 2007년 최정, 2008년 김광현, 2009년 전병두까지. 매년 김 감독의 예상은 모두 적중했다. 엄정욱은 기대대로 이미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위력적인 공을 보여주며 활약을 예고했다.

SK 김상진 투수코치는 “지난 시즌보다 경기 운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했다. 또 “너무 조용한 성격이라 걱정도 많이 했는데 의식적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1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등판한 그는 최고 151km의 강속구를 앞세워 5이닝 1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탈삼진과 볼넷은 3개씩. 승리투수는 2005년 8월 21일 수원 현대전 이후, 선발승은 2004년 8월 10일 문학 현대전 이후 처음이다. 김 코치는 “슬라이더와 커브 등 변화구 컨트롤이 잘 됐다”고 평가했다. 엄정욱은 “승리투수가 맞는가?”라고 감격스러워한 뒤 “예전에는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면 눈치가 보였는데 스프링캠프부터 많이 던지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엄정욱의 호투가 이어진다면 지난해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SK 투수진에도 숨통이 트인다. 카도쿠라∼글로버∼송은범이 건재하고, 다음주부터 김광현이 복귀해 완벽한 선발조합이 가능해진다. 김 감독은 “불펜에 오른손 정통파 투수가 없다”면서 “선발진이 정상화되면 엄정욱을 불펜으로 돌리는 게 맞다”고 했다. 엄정욱은 5선발과 불펜투수로 SK 마운드의 ‘조커’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목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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