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의 ‘맛있는 바이올린’…15일 예술의전당서 협연

입력 2010-04-13 11: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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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25)의 싸이월드를 방문한 사람은 두 번 놀라게 된다.

먼저 바이올리니스트의 사이트에 음악보다는 요리에 대한 정보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에 깜짝!

다음은 프랑스 요리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 입보다 눈이 먼저 호사스러운 이 요리들을 놀랍게도 박지윤이 모두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란다.

사과 치즈 케이크, 초코칩 쿠키, 프렌치 파이, 찰떡 케이크, 딸기 생크림 케이크, 말린 살구 넣고 돌돌 만 돼지고기, 연어블리니, 단호박 스프, 오리 가슴살 사과파이. 그가 만든 요리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그의 본업이 의심스러워질 정도다.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취미가 요리하는 거, 그리고 요리책 보는 거예요.”

프랑스 파리와 독일 잘츠부르크를 오가며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박지윤에게 요리는 ‘생존’의 수단이기도 하다.

어릴 때는 어머니, 동생과 함께 살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부터는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 하지만 이건 유학생의 ‘생존’을 위한 요리 수준이 아닌데요.

“생존을 위한 음식도 당연히 하죠. 하지만 그런 건 홈페이지에 안 올리니까, 하하! 외국에 다닐 기회가 많으니까 많은 식당에 가보게 되고, 먹어보고 비슷하게 만들어 보는 거죠.”

- 요리사와 음악가의 감성이 비슷할까요.

“글쎄요. 저한테는 요리를 하는 것이 ‘머리를 비우는 작업’같아요. 물론 요리도 전문가 수준으로 가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할 때 머리로 생각할 필요가 없죠. 요리를 할 땐 음악을 잊어요. 음악을 더 잘 하기 위해 잊는 거죠. 결국 음악을 잊지 않기 위해 잊는다? 좀 이상하지만.”

- 음악을 요리에 비교한다면. 예를 들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라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경우 간결하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음식이라고 할까요. 나물로 한 가득 차린 밥상? 모차르트는 디저트 ‘마카롱’에 비유하면 좋겠네요. 하나하나가 색깔이 다르고 맛도 다르고.”

-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기보다는 자기 안의 소리에 먼저 집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죠.

“맞아요. 다른 연주자의 공연을 가서 보는 건 좋아하지만 음반은 잘 안 들어요. 연주자마다 고유의 개성이 있는데,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수가 있거든요. 예외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앙 페라스.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사람인데 굉장히 둥글고 풍부한 소리를 가졌어요. 제가 배우고 추구하는 소리와 같아서 이 사람 음반은 듣죠.”

- 이번에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죠? 젊은 사람들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곡인데요.

“베토벤과 제가 생일이 같아요, 하하하! 사실은 제가 진짜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도전이죠. 이번에 베토벤한다고 하니까 선생님들께서 ‘어려운 거 하네’ 하시더라고요.”

- 요리도 잘 하고, 바이올린도 잘 하고. 그야말로 최고의 신붓감인데요. 요리로 비유하면 어떤 타이프의 이성에게 끌리나요.

“까다롭지 않고, 한결같고.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 된장찌개같은 남자?”

동아일보와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2010 교향악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한 박지윤은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원주시립교향악단과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한다.

박지윤이 이날 베토벤과 청중을 위해 내보일 ‘나물 밥상’은 과연 어떤 모양새와 맛을 낼지 사뭇 궁금하다.

<박지윤은 Who?>

예원중학교 3학년 재학 중에 도불. 파리 고등국립음악원에서 실내악 전문사과정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악원에 재학하며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1994년 한국일보 콩쿠르 대상
1996년 조선일보 콩쿠르 1위
2004년 티보 바르가 국제콩쿠르 1위 및 청중상
2005년 롱 티보 국제 콩쿠르 4위 및 모차르트 특별상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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