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발매한 지 이제 10일이 지난 지금 판매량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지난 8일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아이폰 4.0 OS 소개 행사에서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가 밝힌 공식 판매량은 45만 대이다. 발매 첫날 30만 대가 팔렸고, 그 이후 15만 대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아이패드 판매량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실시간 아이패드가 팔리는 양을 집계해주는 웹사이트(http://labs.chitika.com/ipad/)까지 탄생시켰다. 미국 온라인 광고업체인 치티카(chitika)가 만든 웹사이트로 공식적인 판매량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2010년 4월 13일 오후 4시에 찍은 해당 웹사이트의 스크린샷
아이패드가 얼마나 팔릴지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 또한 분분하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아이패드가 올해 700만 대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또 다른 분석가인 페이퍼 제프리의 진 먼스터(Gene Munster)는 280만 대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전문가들도 제대로 예상 못 하는 희대의 물건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체 아이패드라는 물건이 이토록 많은 이슈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참 많은 분석이 있었다.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사용자가 진정 쓰기 쉽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반응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던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들. 애플 스티브 잡스표 물건들에 대한 검증은 지겹도록 많이 보았고 많이 들어왔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이패드가 잘 팔리는 이유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어차피 이제는 현실이다.
아이폰으로 인해 만들어진 세상
아이폰을 한번 얘기해보자. 아이폰의 누적 판매량만 5천만 대가 넘는다. 아이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숫자는 40억 회가 넘고,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숫자는 18만 5천 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IT 전문가들은 아이폰을 처음 애플이 선보였을 때, 모두 실패를 예상했다. 아이폰 이전의 PDA폰에 대한 반응을 예로 들며 비슷한 기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말이다.
1세대 PDA폰
하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인 아이폰에 대한 반응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이다. 아이폰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애플 마니아가 생길 정도로 커졌다. 스티브 잡스가 남겼던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시장조사는 하지 않았다.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했는가? 나는 혁신을 바랄 뿐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세상은 혁신적으로 변화되었고 사람들은 아이폰에 대한 분석을 ‘결과’가 아닌 ‘왜’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많이 팔렸다’가 아닌 ‘왜 많이 팔렸는가’를 놓고 고민했다. 이제 그 이유를 아이폰이라는 제품이 아닌 애플의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애플리케이션 숫자에서 찾으며, 스마트폰은 제품이 아닌 그 제품에 관련된 생태계 즉,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쓸 때 편해야 한다는 UI를 언급하기도 하고.
아이폰이 이끌어낸 ‘결과’와 아이패드의 상관관계
하지만 이제 필자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왜’가 아닌 ‘결과’이다. 그 누가 뭐라 하건 아이폰에 관련된 생태계는 이제 만들어졌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 아이폰을 통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있을 것이며, 어느 개발자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앱스토어에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을지 모른다. 이는 아이폰을 통해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그 시장을 통한 거래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패드가 출시되기 전, 아이패드를 가리켜 태블릿 PC라고 많이들 얘기했다. 태블릿 PC란, 키보드 없이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조작하는 개인용 컴퓨터를 말한다. 그 때문에 넷북 중 모니터가 180도 회전되며 터치 스크린 기능이 있는 것도 이 태블릿 PC로 분류하곤 한다. 다시 말해 키보드 없이 화면 안에서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는 기기를 태블릿 PC라고 생각하면 좋다. 아이패드 출시 후에 아이패드의 라이벌이라며 몇몇 제품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HP 슬레이트(Slate)’나 ‘MS의 쿠리어(Courier)’, 국내 제품인 ‘빌립 S10 블레이드’나 레노버의 ‘아이디어패드 S10-3T’ 같은 것이 이에 속한다.
아이패드의 라이벌이라는 제품 중 가장 먼저 출시될 예정인 HP 슬레이트를 예로 들어보자. HP 슬레이트는 아이패드와 대놓고 비교해가며 아이패드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 현상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폰 나왔을 때, 국내외 많은 라이벌 제품들도 아이폰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그에 대한 결과 판단은 각자 내려보도록 하자.
HP 슬레이트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이패드를 태블릿 PC라는 하드웨어적인 범주에만 묶어 얘기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정말로 아이패드를 태블릿 PC들과 성능 비교만으로 얘기할 제품이냐고 되묻고 싶다. 아이폰과 다른 스마트폰을 비교하며 겪었던 우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닌지.
아이패드가 만들어갈 세상
많이 알려진 대로 아이패드는 애플 앱스토어를 그대로 쓸 수 있다. 물론,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아이패드에서 실행하면 아이폰의 해상도(480x320)로만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아이패드용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 숫자는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발매되는 날에 공시된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의 숫자는 2,500개라고 한다).
아이패드에서 본 앱스토어
애플리케이션들 외에 아이패드용으로 애플이 준비한 것이 바로 아이북스(iBooks) 즉, eBook(전자책) 콘텐츠이다. 사실 eBook 관련 시장이 국내에 크게 소개되지 않고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라 크게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미국 eBook 시장에서는 출시되기 이전부터 크게 거론되곤 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 eBook 콘텐츠를 제공하던 업체가 아이패드 출시 이전에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구했으며, 아마존이 결국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제공하기로 한 사건이 있었다. 아마존의 eBook 콘텐츠를 읽기 위해서는 전용 eBook인 ‘킨들’로만 가능했었는데, 아이패드용 ‘킨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면서 이제 아마존에 있는 eBook 콘텐츠를 아이패드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eBook 시장은 콘텐츠가 그 힘이다. 많은 도서를 확보해 놓아야만 eBook 기기가 팔리는 것이다.
아이패드에 탑재된 iBooks 애플리케이션 실행 화면
아이패드는 결국 아이폰과 같은 또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즐기기 위한 밑바탕을 하나씩 그려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폰을 4배로 늘려놓은 제품이네, 태블릿 PC네, USB도 없네, 플래시도 실행되지 않네 하는 등의 얘기들은 아이폰 출시될 때 이미 했던 말들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하드웨어적으로 주변의 다른 경쟁 제품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이패드는 ‘왜’에서 시작하는 제품이 아닌 아이폰이 만들어 놓은 ‘결과’에서 시작하는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이패드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간단해진다.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올라오는 다양한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 애플리케이션 중에는 아이북스의 eBook 콘텐츠가 있을 것이고, 아이팟이나 아이폰으로 즐기던 MP3가 있을 것이며, 영화 및 동영상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지난 8일 아이폰 OS 4.0 발표장에서 스티브 잡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eBook 콘텐츠를 다운받은 횟수는 60만 건이며,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횟수는 350만 건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일반적인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PC, 전자책, 넷북 등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다시 한번 아이폰 얘기를 꺼내어 본다. 아이폰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다른 스마트폰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