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봉중근 “창피해 모자쓰고 LG경기 몰래 관전”

입력 2010-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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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 스포츠동아DB

봉중근. 스포츠동아DB

1군 컴백 봉중근, 밖에서 보니 내 잘못이 보이더라…
나를 강하게 키우려는 가르침 깨달아
창피해 모자 쓰고 LG 경기 몰래 관전
선후배 플레이 보며 에이스 책임 통감


2군으로 내려갔던 LG 봉중근(30·사진)이 1군 복귀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봉중근은 13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 잠실구장에서 불펜피칭 60개를 소화했다. 박종훈 감독은 “중근이에게 오늘부터 1군훈련에 합류하라고 했다. 모레(15일) 삼성전에 원래 심수창이 선발등판할 차례인데, 로테이션을 조정해 봉중근을 올릴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모처럼 1군에 돌아와서인지 표정이 밝았다. 그리고 한층 성숙돼 있었다.

○2군에서 나를 돌아봤다

봉중근은 4일 잠실 넥센전이 끝난 뒤 2군행을 통보받았다. 박종훈 감독은 당시 “에이스답지 않다”며 마운드 위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정과 행동을 드러내는 그에게 질책을 가했다. 또한 강판 후 덕아웃에서 필요 이상으로 감정을 표현해 선수단 분위기를 흐린 점도 질타했다.

봉중근은 2군에서 성찰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구나, 안 풀릴 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나의 잘못된 점을 고쳐주셨고, 나를 강하게 키우셨다. 많이 뉘우쳤다”며 고마워했다.

○밖에서 보니 LG는 강한 팀

그는 2군 훈련이 끝난 뒤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LG 경기를 봤다. 때로는 TV로, 때로는 야구장에서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여기(잠실)가 내 집인데 팬들에게, 구단에, 동료들에게 미안해 모자를 쓰고 몰래 야구장에 와서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득도 있었다. 오히려 밖에서 보니 야구가 더 잘 보였던 것. 그는 “TV로 보니까 안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잘 보이더라. (김)광삼이도 잘 던지면서 마운드도 짜임새를 갖춰가기 시작하고, 야수들도 안정감이 높았다. TV로 다른 선수들 플레이하는 것을 보니 내가 했던 행동에서 이게 안 좋은 습관이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조)인성이 형도 포수로서 정말 열심히 하더라. 그래, 믿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투포수가 중요한데 인성이 형이 됐든, (김)태군이가 됐든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달라진 모습 보일 것

그는 10일 구리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2군경기에 등판해 7이닝 3안타(1홈런)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결과보다 스프링캠프 막판 발생했던 허벅지 통증에서 해방된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그는 “그동안 혹시나 허벅지가 다시 아플까봐 테이핑을 하고 던졌다. 그런데 2군경기 때 일부러 테이핑을 풀고 던져봤다. 안 아팠다. 구속도 더 나왔다.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몸 컨디션이 완벽해졌음을 밝혔다. 이젠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는 달라진 봉중근으로 동료들과 팬들 앞에 서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는 “2군에 내려갔을 때 팬들이 나에게 욕할까봐 일부러 미니홈피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격려를 하시는 팬들이 많았다. 나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투수조장인 (박)명환이 형, (이)병규 형 등 선배들이 전화로 많이 격려해 주셨다. 나를 감싸주고 믿어주는구나, 봉중근을 아직 주축선수로 생각하는구나 느꼈다. 선배들께 고맙고 죄송했다. 이제 시즌 초반이다. 공백기간 동안 내가 못했던 것을 앞으로 내가 메우겠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시는 분들이 나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희생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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