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석민. 스포츠동아 DB
13일 잠실구장. LG전을 앞두고 삼성 선수들이 훈련하는 시간에 갑자기 그라운드에서 정체 모를 괴성이 계속 들렸다. 마치 태권도나 합기도 선수가 ‘기넣기’를 할 때 내는 소리 같았다. 알고 보니 박석민이 백스톱 쪽에서 토스배팅을 하며 토해내는 고함. 김한수 코치가 공을 올려줄 때마다 박석민은 배트를 휘두르며 야구장이 떠나갈 듯 소리를 쳤다.
기자들이 괴성의 주인공을 찾아낸 뒤 선 감독에게 알려주자, 선 감독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 “저 녀석은 어떨 때 보면 멀쩡한 정상인인데, 어떨 때 보면 개그맨이야”라며 파안대소.
박석민은 토스배팅 후 배팅케이지 안에 들어가 타격훈련까지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헬멧을 벗자 더 웃긴 광경이 목격됐다. 바로 헬멧 속에 핫팩(언 손을 녹이기 위해 만든 일회용 손난로)이 들어있었던 것. 이날 겨울을 방불케 할 만큼 때 아닌 추위가 기승을 부리자 박석민은 헬멧 속에 핫팩을 집어넣고 머리에 김나게 타격훈련을 한 것이었다.
주위에서 폭소를 터뜨리자 빅석민은 민망했는지, “감기 때문에 그래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