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박찬호의 DL 등재

입력 2010-04-18 15: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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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 DB

운동선수가 나이가 들면 가장 괴로운 게 느닷없는 부상이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운동을 해도 부상을 피하기 힘들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7·뉴욕 양키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박찬호를 처음 현장에서 취재한 때가 1997년 봄 플로리다 베로비치 캠프다. 올해 플로리다 탬파 캠프에서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는 박찬호를 지켜봤다. 한국 선수로서 철두철미하게 몸을 관리하며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13년의 시공을 뛰어 넘은 박찬호의 몸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사실 2008년 LA 다저스에 복귀할 때부터 조짐은 보였다. 다저스 라커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번 볼을 던지고 나면 온몸을 얼음찜찔로 덮었다. 허벅지, 어깨, 허리 등. 박찬호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2010년 한국인 최초의 뉴욕 양키스 생활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던 이유도 바로 37세라는 나이와 부상 여부 때문이었다.

박찬호는 양키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뒤 3경기를 던지고 부상자명단(Disabled List)에 올랐다. 16일(한국시간) 불펜피칭을 하다 오른쪽 허벅지에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구단은 17일 DL에 등재시켰다. 박찬호의 빅리그 통산 9번째 DL이다.

박찬호가 2001년 다저스에서 프리에이전트(FA)가 된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달러의 장기계약을 맺었던 원동력은 ‘전무한’ 부상 경력이었다. 당시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이 점을 유독 강조하며 예상 밖의 몸값을 받아냈다. 아리러니하게도 레인저스와의 대박 계약 이후부터 DL의 연속이었다.

박찬호의 DL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인 팔꿈치, 어깨로 인한 DL은 한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9차례 가운데 햄스트링은 2002년 4월 처음 시작해 지난해 9월과 이번까지 3차례다. 허리와 관련된 DL은 3번이다. 모두 레인저스 때다. 손가락 물집(2002년 8월)도 한 차례 있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때 흉부근육통증(2006년 8월)과 장출혈(2006년 9월)로도 DL에 오른 바 있다.

장수하는 야구선수의 경우 DL에 오르지 않고 현역생활을 마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최근 다저스 포수 브래드 오스머스(41)가 18년 만에 처음 허리 통증으로 DL에 등재돼 뉴스가 되기도 했다. 야구는 장기 레이스를 펼치기 때문에 경미한 부상이라도 무리하지 않도록 한다. 박찬호의 햄스트링 DL 등재도 투구에 영향을 미치는 큰 부상은 아니다.

LA | 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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