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Q|사진愛 빠진 스타들] 정종철 “인물사진 6만장 보관…배울수록 배울게 많아”

입력 2010-04-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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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작업을 하는 것이 낙이라는 개그맨 정종철이 자신이 수집한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 사진작업을 하는 것이 낙이라는 개그맨 정종철이 자신이 수집한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직업인 연예인들이 반대로 카메라를 잡고 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이제 취미를 넘어 작가의 수준에 오른 스타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언뜻 떠올려 봐도 조민기, 박상원, 배두나, 빽가, 이병진 등 전시회를 열거나 사진 관련 책을 낸 전문가 수준의 연예인들이 있다. ‘옥동자’ 캐릭터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개그맨 정종철 역시 자타가 인정하는 사진 마니아이다. 전시회도 수차례 연 정종철의 사진 경력은 어느덧 10년이나 된다. 오늘 ‘섬싱Q’의 테마는 ‘사진에 빠진 스타들’. 정종철을 만나 사진의 매력과 사진에 ‘미친’ 스타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개그맨 정종철 그가 말하는 사진의 매력

우연히 광고파트너 사진 찍다
그 매력에 빠진지 벌써 10년

한때 “방송 없냐” 핀잔 듣기도
지금은 풍경사진이 정말 좋아

내 손을 거쳐간 카메라요?
열손가락 꼽아도 모자라죠


인터뷰 약속 날짜를 며칠 앞두고 정종철로부터 연락이 왔다. 날짜와 장소를 변경했으면 한다는 얘기였다. “사진에 관한 인터뷰이니 다른 장소가 아닌 집에서 하고 싶다”는 것이다.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연예인의 집을 방문하는 기회인데 마다할 리 없다. 며칠 뒤 정종철이 사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를 방문했다. “며칠 밤을 새며 일을 해 잠을 자고 있었다”는 정종철이 부스스한 얼굴로 맞았다.

정종철은 연예인 중 손꼽히는 사진 마니아다. 적극적인 트위터 이용자이기도 한 그는 트위터에서도 대부분 사진과 카메라 이야기만 한다. 그는 친형제처럼 가까운 개그맨 박준형과 ‘개그포토’라는 온라인 사진 인화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도 모자라 아예 야외 웨딩촬영 스튜디오를 차리는 사업에 몰두 중이다.

거실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게 정종철은 기자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사진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온 듯 어두컴컴하다.

곳곳에 널린 갓 인화한 사진들. 책상 위에는 사진 작업을 위한 노트북, 사진 출력용 대형프린터가 놓여 있었다.

“따로 시간은 못 내지만 진짜 열심히 찍어요. 시간이 많으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겠지만, 시간 없다고 못 찍는 것도 아니거든요. 어딜 가든 카메라를 갖고 다니죠.”



○ 사진 심취 10년 ”‘넌 방송도 없냐’ 핀잔도 들어”

정종철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데뷔 직후였다. 그 전에는 ‘사진’의 ‘사’자도 몰랐다.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은 정종철은 광고 섭외를 많이 받았다. 이때 광고 스튜디오에서 재미삼아 함께 출연한 파트너의 사진을 찍었다. 셔터만 누르면 사진이 나오는 ‘똑딱이’ 카메라였지만 상대는 “너무 잘 나왔다”며 좋아라 했다.

“스튜디오라는 게 조명이나 뭐니 전문가들이 세팅해 놓은 곳이라 누가 찍어도 잘 나오거든요. 그런데 제가 칭찬에 워낙 약해서... 그날로 캐논10D DSR(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전문가용 카메라)을 샀죠.”

정종철에게 ‘사진의 매력’을 물었다.

“끝이 없다는 거죠, 이게. 지금도 사진 작업 하고 있잖아요(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 모니터를 보며 뭔가를 하고 있었다). 배울 게 너무 많아요. 미치죠.”

한때 필름 카메라에 빠져 전문 학원에서 현상과 인화를 배웠다. 교수가 “넌 방송도 없냐”고 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 “하드 디스크에 인물 사진만 6만장...지금은 풍경에 미쳤어요.”

요즘에 그는 다시 디지털로 넘어왔다. ‘필름 카메라는 더 이상 신기한 게 없어서’였다. “디지털 카메라를 하려면 사진 보정을 위해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거든요. 제가 그동안 주로 인물만 찍었어요. 지금 하드디스크에 6만장 정도 사진이 들어있는데 거의 다 인물이죠. 그러다 보니 인물 보정하는 법만 배운 거에요. 인물만 한 10년 찍다가 요즘 풍경합니다. 풍경에 미쳤어요.”

정종철은 인터뷰 내내 ‘미쳤다’란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사진에 빠진 사람은 당연히 카메라에도 ‘미치게’ 된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카메라는 세다가 지칠 정도로 많다. 가장 아끼는 기종은 필름 카메라인 콘탁스N1과 라이카 M4. 카메라에 역시 관심이 있는 기자가 “라이카 M4는 본 적이 없다”고 하니 냉큼 가져왔다. ‘카메라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라이카사의 명기로 1967년에 출시된 ‘할아버지’ 카메라다. 인물사진을 찍으려면 모델이 있어야 한다. 정종철의 주된 모델은 연예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모델이 자꾸만 웃어 촬영에 애로가 있다는 점.

○ “사진은 ‘흔적’을 남기는 것...인화 안하면 그 흔적이 사라지죠.”

디지털 카메라 붐이 일면서 DSR은 이제 전문가의 전유물은 아니다. 날씨 좋은 날 공원에라도 나가면 너나 할 것 없이 DSR을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찍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촬영한 사진을 하드디스크나 USB같은 곳에 저장하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정종철은 “사진은 무조건 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죠. 인화를 안하면 그 흔적이 사라지는 거죠. 괜히 찍는 거죠. 저장매체라는 게 굉장히 불안전해요. 지워지면 소중한 추억을 누가 되살려 주나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시절에는 누구나 사진을 뽑아서(인화) 보관했다. 훗날 두툼한 앨범을 뒤적이며 추억을 떠올렸다. 정종철은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면 하드디스크를 건네주면서 ‘이게 네 사진이다’라고 할 것인가”라고 우려했다.

아무리 보편화되었다고 해도 DSR카메라는 여전히 고가이다. “카메라 살 돈이 없는 사람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느냐”라는 살짝 ‘비틀린’ 질문을 했다.

“제가 네이버 사진카페 ‘연사동(연예인 사진동호회)’에서 매니저를 맡고 있어요. ‘전 카메라가 없어요’ 하는 회원들에게 늘 얘기하죠, ‘당신은 휴대폰도 없냐’고. 요즘엔 게임기도 카메라 기능이 있더군요. 다 핑계에요.”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으려 하자 그가 “잠시만요”하더니 카메라와 렌즈들을 줄줄이 꺼내 늘어놓았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줘서 현재 있는 게 얼마 없다고 했다.

카메라와 렌즈 속에 파묻힌 ‘옥동자’는 더 없이 행복하고 즐거워보였다.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을 가졌지만, 파인더를 들여다보면서 열배는 더 행복해 하는 사람.

정종철의 사진작품이 궁금하다면 그의 블로그(http://www.okdongja.co.kr)를 방문하면 된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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