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생애 첫 두자릿수 승리 꿈꾸는 넥센 금민철

입력 2010-04-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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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도 마구 휜다…“그래서 알고도 못쳐”
넥센 금민철이 멋진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시즌 5차례 선발로 등판해 3승 2패. 방어율 1.64.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했고 지난 18일 한화전에서는 생애 첫 완봉승을 따냈다. 금민철은 똑바로 가는 공이 없는 투수다. 직구는 컷패스트볼처럼 휘어들어가고 신무기 스플리터는 빠르게 휘면서 떨어진다. 그는 자신의 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타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금민철은 생애 첫 두자릿수 승리를 목표로 잡았다. 벌써 3승. 금민철의 컷패스트볼을 주목하자. 그는 넥센의 새로운 에이스로 손색없는 투수다.


○남들처럼 직구를 던진 적이 없다

금민철은 트레이드마크가 된 컷패스트볼을 초등학교 때부터 던졌다. 처음 투수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공을 비스듬히 잡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지금 제가 던지는 직구 그립이 초등학교 때와 똑같아요.” 부천북중 2학년때 왼쪽 팔꿈치를 다치면서 공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팔꿈치가 휘니까 차라리 직구를 틀어던지는 게 편했어요.” 그렇게 금민철은 10년이 넘게 직구를 컷패스트볼 그립으로 틀어던졌다. 컷패스트볼을 초등학교때부터 직구라 생각하고 던진 셈이다. 그의 팔과 몸은 그렇게 던진 컷패스트볼에 익숙하다. 다른 투수들은 금민철과 같은 직구를 던질 수 없다. 그건 10년 넘게 던져온 투수만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약간 휜 팔과 특유의 스리쿼터형 팔스윙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금민철만이 유일하게 던질 수 있는 ‘금민철표 직구’인 셈이다. 금민철의 직구에 대해 롯데 홍성흔은 “ 공이 휘어들어오기 때문에 알면서도 당한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한화 김태완은 “차라리 왼손타자가 치기 쉬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부터 맹위를 떨치고 있는 금민철의 컷패스트볼이 올해 그에게 몇승을 안길지 흥미진진하다.


○금민철의 재발견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금민철은 롯데타선을 6이닝 무실점으로 막고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SK전은 5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시즌 5차례 선발등판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4차례 퀄리티스타트를 했고 한번 빠진 4월2일 LG전은 5.2이닝 무실점 승리다. “지난해 포스트시즌부터 지금까지가 야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한화전 완봉승을 하면서 나도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부터 현재까지 금민철은 선발로 나간 7경기에서 모두 잘 던졌다. 44이닝 동안 단 7자책점.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졌고 5승2패에 7경기 평균 방어율은 1.43이다. 금민철의 2010년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지금 던질 공 하나에 집중한다

지난해 두산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금민철은 아쉬움보다 희망을 먼저 떠올렸다고 한다. ‘두산보다는 선발투수로 뛸 기회가 많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했다. 금민철의 이런 성격은 마운드에서도 큰 장점이다. 그는 마운드에서 지나간 승부를 빨리 잊는다. 오직 눈앞에 있는 타자와의 승부만을 생각한다. “돌이킬 수 없는 걸 생각하면 뭘하겠어요.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금민철이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관성이다. 그는 등판일정에 맞춰 식사와 트레이닝, 당일 등판전 스케줄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좋았던 느낌을 유지하려고 하죠. 꾸준한 성적은 일관성있는 준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투수는 순간순간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위치다. 그런 면에서 금민철은 좋은 멘털을 갖고 있는 투수다.




○무조건 치라고 던질 겁니다

올해 금민철의 목표 가운데 하나는 볼넷과 투구수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 금민철의 이닝당 투구수는 20개. 83이닝동안 61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선발투수로 뛰기 위해서는 투구수를 줄여야 했다. 윤석환 코치와 상의해 지난해 후반기부터 스플리터를 연습했다. 파울이 많아지면서 투구수가 늘자 결정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 직구와 커브 위주에서 올해 스플리터가 가미되자 타자와의 승부가 빨라졌다. 지난해 평균 20개였던 이닝당 투구수가 올해는 16.2개로 줄었다. 한화전에서는 117개로 완봉승을 따냈다. “초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질 겁니다. 저는 삼진잡는 투수가 아니니까 치라고 던져줘야죠.”타자에게 치라고 던져준다는 것.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태극마크! 아직은 가슴속에만 있죠

“태극마크 달고 싶지 않은 사람 누가 있겠어요?”금민철은 국가대표는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국가대표 생각할 때가 아니라며 매경기 집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나중에 정말 좋은 성적이면 갈 수도 있겠지만….” 금민철은 올해 나쁜 징크스를 깼다. 해마다 봄에 컨디션이 나빠서 데뷔후 5년 동안 한차례도 개막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그런 그가 올시즌 넥센에서는 화려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 “정말 기분 좋아요! 항상 4월에 몸이 안좋았거든요.”잘 웃지 않는 금민철의 얼굴에 잠깐 웃음이 머문다.


○솔직히 저도 아직 저를 잘 몰라요

프로에 처음 입단할 때는 1군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올해는 10승이 목표다. 오랫 동안 야구를 하고는 싶지만 남들처럼 거창한 목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솔직히 저도 아직 저의 능력을 잘 모르겠어요. 올해는 부상없이 풀타임을 잘 마무리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죠.” 금민철의 다음 등판은 주말 KIA전이다. KIA는 금민철이 선발로는 처음 만나는 상대다. “과감하게 직구 던지고 포크볼 던질 겁니다. 항상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금민철은 특별한 선발투수다. 그는 컷패스트볼을 직구처럼 던지며 타자를 공략한다. 지금까지 컷패스트볼을 던지는 왼손선발투수가 없었기에 그의 등장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올해 금민철이 어떤 성적표를 움켜쥘지 기대된다. 그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장점으로 무장된 강한 선발투수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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