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교 야구 44명 메이저리그서 신분조회…씨말리나

입력 2010-04-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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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유망주들이 대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면서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연고우선지명 부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기존 전면 드래프트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스포츠동아 DB]

고교 유망주들이 대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면서 프로야구 현장에서는 연고우선지명 부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기존 전면 드래프트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스포츠동아 DB]

KIA·롯데·두산·LG “적극도입” …“급하다, ML에 대어 다 뺏길판”
삼성·한화·SK·넥센 “현행대로”…“드래프트 시기 앞당기면 해결”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신인지명제도를 놓고 때 아닌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시한 전면드래프트 제도의 부작용을 근거로 프로야구 출범 당시부터 시행했던 연고우선지명(연고지내 고교 졸업생 지명)의 부활을 외치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전면드래프트 제도의 부작용이란 신인지명 시기가 매년 8월로 잡혀 있어 그 이전에 고교 유망주들이 대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집중 표적이 돼 국내 구단 입단을 포기한 채 미국으로 이탈하고 있는 현실을 의미한다. 또 과거 연고지명체제 하에서 연고권내 구단들로부터 지명에 따른 보상금(지원금)을 받아왔던 고교팀을 포함한 아마추어쪽에서는 ‘실탄’의 증발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고지명의 부활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전면드래프트 존속을 주장하는 쪽과 연고지명의 부활을 추진하는 쪽의 입장을 긴급 점검한다. 또 프로야구의 각종 현안에 대한 조정자이자, 최종심판자인 KBO의 향후 대응방향도 살펴본다.


○삼성-한화-SK-넥센 ‘전면드래프트가 해답’

지난해 전면드래프트의 시행에는 연고권내 고교팀의 수가 적은, ‘스몰마켓’의 구단들이 앞장섰다. 그 수장격이 삼성이다.

삼성 김재하 부사장 겸 단장은 “현행 도시연고제 하에서 연고지명 부활은 사리에 맞지 않다. 구단마다 연고지역 고교의 수가 다르지 않은가. 전면드래트를 유지해야 한다. 유망주의 유출이 문제라면 지명시기를 앞당기거나, 해외 진출용 FA의 적용시기를 단축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 최무영 운영팀장도 “연고지명 부활은 과거 부작용의 부활도 의미한다. 연고지명을 유지하던 시절에도 부작용 때문에 그 수를 3명으로 하다가 2명, 1명으로 줄이고 결국엔 폐지하고 전면드래프트를 실시한 것 아니냐. 연고지명 1명을 뽑기 위해 많은 (아마추어) 지원금을 쓸 수는 없다. 연고지명과 관련된 아마추어 지원금은 각 구단이 갹출해 공동기금을 마련해 KBO 차원에서 집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총괄하는 선동열 감독 역시 “미국도, 일본도 전면드래프트를 실시하지 않느냐. 유망주 유출 문제는 KBO가 별도의 조치를 강구하면 된다. 일본은 해외로 가는 선수를 영구제명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적어도 전면드래프트와 관련해서는 한화도 삼성의 강력한 우군. 한화 윤종화 단장은 “사실 전면드래프트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져 나온 건 그 때문에 우수 자원들이 자꾸 해외로 나가는 현상이 많아져서인데, 그런 일은 올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더 눈에 띄는 거지 예전에도 있었던 문제다. 그렇다면 1∼2라운드 정도는 지명을 2∼3월쯤 일찍 해 버리든가,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협의해 더 규제를 강화하든가 해서 그 문제 자체를 해결 해야지 무조건 1차 지명을 부활시키는 건 안 된다고 본다”며 “정 부활시킨다면 도시연고제는 유지하되 서울이나 경남 학교들을 배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 김성근 감독도 “서울에 좋은 선수들이 많지 않나. 다른 지역에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적다. 그리고 전면드래프트가 8개 구단에 있어 공평하다”며 “(유망주들의 조기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드래프트 시기를 앞당기면 되지 않나. 그럼 구단이 먼저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며 동조했다.


○KIA-롯데-두산-LG ‘유망주 유출 봉쇄해야’

서울과 부산의 ‘빅마켓’을 기반으로 한 구단들과 상대적으로 우수자원이 풍부한 광주를 근거지로 한 KIA는 전면드래프트의 도입으로 앉은 자리에서 ‘무장해제’를 당한 축이 된다. 따라서 연고지명의 부활에도 앞장설 수밖에 없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지금 (고교대회가 열리는) 목동에 가서 보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만 모여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탐나는 인재가 있어도 손을 쓸 수가 없다. 신인들의 해외 진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고지명은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 김경문 감독도 “당연히 연고지명을 부활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로 전도유망한 신인들이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지 않나”라며 “선수들을 대우하지 않고 계약금도 적게 주면서 해외에 나가지 말라고 무조건 얘기하는 건 안 된다. 일단 안 가게끔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시간을 들여 키워낼 신인을 연고지 구단으로 데리고 오는 연고지명이 살아나야 한다”고 거들었다. KIA 조범현 감독은 “아마추어쪽 얘기를 들어보면 프로 지원이 다 끊겨 정말 어렵다고 하더라. 프로쪽 입장에선 현재 상태에선 아마추어에 굳이 돈을 쓸 이유도 없는 것이고. 예전처럼 연고지명은 부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KBO “도입 검토” 신중한 입장


신인지명제도에 대한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전면드래프트의 부작용을 완화시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게 되면 공은 KBO로 넘어가게 된다.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KBO 이사회에서 결론 또는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다. 그러나 4대4의 현 구도라면 유영구 총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물론 첨예한 현안이기에 유 총재가 먼저 심중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KBO 관계자는 “전면드래프트를 실시할 때 현재와 같은 문제점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당시엔 현대 구단 인수자 물색과 SK의 연고권 정리 등 다른 긴급한 사안이 겹쳐 전면드래프트를 주장하는 구단들의 뜻이 받아들여졌다”며 “어제(20일)까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신분조회를 요청해온 선수가 무려 44명에 이른다. 이제 연고지명으로 다시 돌아갈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는 조심스런 견해를 밝혔다.

정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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