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디펜딩 챔프 통차이 “난 인기 없나 봐요” 섭섭

입력 2010-04-25 15: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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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에 대한 대우가 이 정도 인가요.”

아시안투어의 강자 통차이 자이디(41)는 고향 태국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스타다. 우리로 치면 양용은(38)이나 최경주(40) 급이다.

통차이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10년 전이다. 2000년 서울 한양 골프장에서 열린 제43회 한국오픈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태국선수가 우승한 것도 처음이다.

당시 태국의 무명 선수가 국내의 톱스타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광경은 골프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10여 년 전 미 LPGA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처음 우승을 했을 때의 반응과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통차이와 한국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에도 수시로 대회에 출전해 인상 깊은 플레이를 펼쳤다.

통차이를 스타로 만든 대회 역시 한국이다.

지난해 4월, 제주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발렌타인챔피언십에서 KPGA 투어의 신예 강성훈(23·신한금융)과 연장 접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런 그가 2010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는 자존심을 구겼다.

발렌타인 챔피언십 홍보 포스터.


지난 22일부터 제주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발렌타인 챔피언십으로 제주도에서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대회 홍보물을 쉽게 볼 수 있다. 공항은 물론 제주 시내와 골프장으로 오는 도로와 골프장에는 각종 현수막과 포스터 등이 내걸렸다. 그런데 숱한 홍보물 가운데서 지난해 우승자 통차이 자이디의 얼굴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대회 홍보물에는 디펜딩 챔피언의 얼굴을 가장 크게 넣는다.

그러나 올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는 양용은, 어니 엘스, 앤서니 김, 헨릭 스텐손 등 스타들이 대거 출전해 통차이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이들에게 빼앗겼다. 통차이도 이 모습에 실망했다. 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 자신이 홍보물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대회 관계자에게 “나는 한국에서 인기가 없나 봐요”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양용은은 “발렌타인 같은 큰 대회에서 그런 일이 생기다니 조금은 아쉽다. 사실은 나도 일본에서 활동할 때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디펜딩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포스터에 등장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프로암 때 전혀 알 수 없는 일반인과 같은 팀에 넣거나 1,2라운드 때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과 함께 플레이 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양용은은 “통차이의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간다. 다음 대회부터라도 디펜딩 챔피언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라도 갖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회관계자는 “통차이가 마스터스에 출전하면서 팔에 부상을 입어 대회 출전이 불투명하던 시기에 포스터를 제작했다. 그로인해 빠져 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통차이 자이디는 아시아와 유럽투어에서 통산 12승을 따냈다. 아시안투어 역대 상금랭킹에서는 총 389만 달러로 1위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도 푸대접 받을 실력은 아니다.

서귀포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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