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2010 프로야구가 93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역대 3번째 100만 관중 돌파 최소 경기수와 타이기록이자 1996년 이후 최단기간이다. 4월의 궂은 날씨와 롯데, KIA의 저조한 경기력, 급상승한 입장료, 줄어든 좌석 수 등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경기당 1만명 관중동원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현재 구장수용 능력, 직장인들의 늦은 귀가와 학생들의 과중한 수업부담 및 학원 스케줄을 고려하면 더 이상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프로야구의 평균 관중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수용능력의 확대다. 특히 대구, 대전, 광주 등 지방구장의 확충 없이 평균관중 확대는 ‘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모든 야구팬들의 소원인 지방구장의 확충이 이렇게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야구와 정치의 상관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축구는 정치성이 강하다. 월드컵을 통해 보듯이 축구는 본질적으로 내셔널리즘이 강한 스포츠다. 정치인들은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내재된 스포츠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동네 조기축구회에 가서 인사하는 것을 당연한 절차로 여긴다. 동네조기 축구팀은 주로 그 지역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회인 야구 경기에 정치인이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회인 야구가 열리는 구장에 자기지역 주민들끼리만 경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야구장은 근본적으로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향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인 입장에서는 표가 안 된다. ‘투표권이 없는 사람’한테까지 찾아갈 정도로 시간이 남는 정치인은 없다.
정치인과 자주 만나고 가까운 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하겠지만, 불행히도 그들의 도움 없이는 프로야구든 사회인야구든 시설확충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입법, 조례개정, 예산배정 및 집행은 모두 정치와 행정의 고유영역이다. 한때 한국야구계를 휩쓸고 지나간 ‘돔구장 붐’도 한건주의 정치의 산물이었다. 결국은 야구팬과 시민들을 기만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진정으로 시민과 야구팬을 위했다면 돔구장에 그렇게 집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야구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가족을 데리고 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만한 정도의 현대화된 일반구장 아닌가. 지난 몇 년간 야구장과 관련된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화된 곳을 보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바로 구별된다. 이 땅에 프로야구가 도입된 지 28년. 누계관중 1억명이 눈앞이다. 누가 뭐래도 야구만큼 수많은 팬들의 가슴속에 추억과 감동을 남긴 스포츠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큼은 야구장과 관련해서는 실현가능한 공약이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