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게임규제’ 이미 있는데 왜 또…

입력 2010-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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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가위,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통과꺠…효과는 ‘글쎄’

게임업계가 이중 규제에 대한 우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신낙균, 이하 여가위)가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소년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 위원회 대안을 통과시키면서부터다. 청소년의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최영희 의원안과 심야시간 게임접속 차단을 강제하는 김재경 의원안을 병합심사 해 내놓은 청소년보호법에는 청소년들의 게임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규제안이 포함됐다.


여가위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금지 등
청소년 보호 별도의 법 있어야

문화부
이용정보 부모에 고지 등
이 미 발의한 게임법과 겹쳐

게임업계
청소년보호법 존재 ‘이중규제’
국내 게임산업 전반에 악영향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에게 온라인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여가위는 “최근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이용 시간이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인터넷 중독, 사이버 폭력 등 사회적 문제가 심화돼 가고 있으나 가정 및 학교 차원의 자율적인 감독만으로는 문제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다. 2007년 1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게임 과몰입의 예방 등에 관한 조항이 신설됐지만 청소년의 과도한 온라인 게임이용 방지에는 적절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심야 특정 시간대에 청소년에게 온라인 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청소년이 온라인 게임에 중독 되지 않고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신낙균 여가위원장은 “게임중독으로부터 청소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이 있어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의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복규제라는 문화부와 게임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발언이지만, 문화부와 게임업계에서는 쉽게 수긍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 법안에 들어있는 내용 가운데 청소년 자녀의 게임이용 현황 및 정보를 부모 등 친권자에 알려주도록 하는 조항, 게임 내 경고문구 표시, 게임 과몰입 예방 상담, 치료 프로그램 마련 등이 이미 문화부가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과 겹친다. 때문에 문화부와 게임업계에서는 논의 과정에서부터 ‘게임 규제는 게임법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소년 온라인 게임규제는 2008년 7월 첫 발의된 바 있지만 당시부터 ‘청소년의 자유를 침해한다’ 행복 추구권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결국 이 법안은 1년 넘게 계류됐다가 지난 14일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토론 과정을 서면으로 대체한 채 기습적으로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갔고,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해당 안은 27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에서는 ‘엄연한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유해매체물, 청소년유해약물 및 청소년유해업소 등을 규제함으로써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다. 이러한 취지를 담고 있는 법에 온라인게임 규제안을 포함시킨다는 것은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심의를 받고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을 청소년유해매체로 간주하는 행위라는 것이 게임업계의 주장이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오로지 한국의 인터넷 게임(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어 PC게임이나 모바일게임, 비디오게임(콘솔 게임) 등과 비교해 형평성이 없으며,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게임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고 주장한다.

국내 게임업계의 온라인 게임산업 수출액은 2009년 기준 1조7000억원으로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전체 수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차세대 핵심 산업인 온라인 게임이 규제를 당하면 전 세계 온라인 유저들과 그들이 속한 국가의 정부에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청소년 유해물’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온라인 게임을 청소년 유해물로 보는 이번 법규 개정안은 비단 국내 시장 위축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청소년 유해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번 청소년보호법 개정 법률안에 포함된 인터넷게임(온라인게임) 심야시간 제공 제한 규정 및 청소년 회원 가입 시 친권자 동의 요구 규정은, 규정의 필요 측면에서는 공감할 수 있지만 다양한 법적, 산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더욱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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