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포커스] 손병호 “밤마다 술로 맏형 노릇했죠”

입력 2010-05-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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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진정성이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손병호. 새 영화 ‘대한민국 1%%’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늘 진정성이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손병호. 새 영화 ‘대한민국 1%%’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 영화 ‘대한민국 1%’서 첫 주연

실제 군사훈련만큼 혹독한 촬영
조명남 감독 유작…책임감 무거워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하기에 그가 연기하는 인물에서는 늘 진정성이 묻어난다.

얼핏 차가워 보이는 외모. 하지만 손병호(48)는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자신이 몸담은 공간의 기운을 활기차게 바꾸는 대단한 재주를 가진 배우다.

그와 마주앉자마자 터진 웃음은 한 시간 동안 멈출 줄 몰랐다. 손병호는 “악역을 많이 해 나를 무서워하는데 사실은 코미디언”이라고 말하며 호탕한 웃음을 한 바탕 쏟아냈다.

손병호는 일찌감치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스크린에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99년 ‘유령’. 이후 10여 년 동안 ‘오아시스’, ‘효자동이발사’, ‘화려한 휴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크고 작은 영화에 두루 얼굴을 비췄다. 극단 목화 출신이자 한국 연극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연출가 오태석의 ‘수제자’로 통하는 그가 이번에 첫 주연 영화를 내놓았다.

5월 6일 개봉하는 ‘대한민국 1%%’(감독 조명남·제작 기억속의 매미)는 해병대 안에서도 지독하기로 유명한 특수수색대원들의 이야기. 손병호는 대원들을 이끄는 강철인 중사 역을 맡았다. 20대 연기자 60여 명과 함께 손병호는 지난 여름을 뜨거운 햇살이 내리 쬐던 서산의 바닷가에서 보냈다.



“현장에서 맏형이니 매일 밤 숙소 방마다 돌아다니며 후배들 고민 들어 주고 술마셔줬어요. 그때마다 ‘나도 인생을 모른다’고 했지만 이 말은 꼭 했습니다. 시시한 역할은 없고 다만 시시한 배우가 있을 뿐이라고요.”

손병호는 인터뷰 내내 영화를 찍는 동안 겪은 에피소드를 쉼 없이 쏟아냈다.

“난생 처음 수중 촬영을 3일 동안 했는데 농담이 아니라 ‘이러다가 죽겠구나’ 싶었어요. 3일째 날에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면서 문득 풀장 대여료가 걱정되더라고요. 7미터 물 속에 맨 몸으로 뛰어들었죠.”

진짜 부대와 비슷한 규모로 수 십 명의 연기자들이 함께 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던 건 손병호의 역할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쉼 없이 울렸다. ‘선배’, ‘형’, ‘동생’ 등 휴대전화 너머로 그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손병호에게는 올해 7살과 7개월이 된 두 딸이 있다. 첫 딸은 배우인 아빠와 무용가인 엄마의 끼를 그대로 이어받아 매일 거울 앞에서 상황 극을 벌인다. 돌이 안 된 둘째는 손병호의 에너지원.

“원래 힘이 넘치는 편인데 둘째 생각만 하면 더 기운이 난다”는 그는 “요즘처럼 몇 시간동안 인터뷰하며 떠들어도 지치지 않는 건 아이가 주는 행복 덕분”이라며 웃었다.

긍정적인 힘이 넘치는 사람은 자신이 책임을 져야할 몫도 잘 알고 있다. 손병호 역시 ‘대한민국 1%%’를 연출하고 후반 작업 도중 대장암으로 숨을 거둔 조명남 감독을 대신해 영화를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인간애가 뜨거웠던 조명남 감독의 유작이에요. 그가 남긴 인간을 향한 사랑이 영화에 담겼습니다. ‘아바타’같은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헌옷처럼 보일지 몰라도 인간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보라고 권하겠습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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