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계속 기를 수 있게 해줘 고마워” SK 김성근 감독(왼쪽)이 2일 문학 LG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15연승을 이끈 조동화의 손을 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하하고 있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파죽 15연승…‘극강’ SK를 바라보는 안팎 시선
SK의 무한질주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불패의 팀’ SK는 이제 ‘극강’이 돼 버렸다. SK가 4월 14일 대전 한화전 6-1 승리를 시작으로 보름 넘게 15연승을 구가하는 동안 6개 팀이 차례로 제물이 됐다. 넥센만 운 좋게 SK를 피했을 뿐이다. 다시금 ‘백설공주를 모시는 일곱 난쟁이’로 되돌아간 타 구단들은 SK의 일방독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SK는 자체적으로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까.
▶ 이래서 SK는 무결점!
한대화“원래 강팀인데 백업까지 세다”
선동열“대단한 선발진 전부 에이스급”
○이구동성, “언젠가 연승은 끝나겠지만…”
SK의 일방독주를 바라보는 바깥의 시선에는 감탄사와 더불어 당혹감도 묻어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패하면서 기세도 한풀 꺾였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2007∼2008년과 비교하더라도 올 시즌 SK의 전력은 다소 약화됐으리라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결국은 섣부른 예상이 돼버린 꼴이니 낭패감도 무리는 아닐 터다.
비록 초반이지만 올 시즌 유일하게 SK를 괴롭혀온 한화 한대화 감독은 2일 “원래 강팀이다. 백업멤버까지 세서 약점이 없다”고 밝혔다. 올 시즌 내심 우승을 넘보고 있는 삼성 선동열 감독은 “팀 방어율이 3점도 안 되는 팀이다(1일까지 2.83). 선발 4명(김광현∼카도쿠라∼글로버∼송은범)은 모두 에이스급”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선 감독은 “연승이야 언제든 끝나겠지만 투수진이 가장 안정적이어서 (따라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삼성 중심타자 최형우는 “SK 타자들 한명 한명을 뜯어보면 그렇게 강하지 않다. 하지만 득점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 집중력에서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기는 방법’을 터득한, 아니 익숙해진 SK의 끈끈한 케미스트리에 대한 찬사다.
윤동균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관도 “SK 선발진은 정말 강하다”며 “SK를 잡을 수 있는 팀은 두산 정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감독관은 ‘지난해에도 포수 박경완과 에이스 김광현이 시즌 후반부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더라면 우승은 SK의 차지였을 것’이라는 가정법도 곁들였다.
○SK 김성근 감독, “아직도 두산이 두렵다”
▶ 김성근 이유있는 ‘두산 공포’
마운드 무너졌지만 2위…역시 곰 뚝심
패배뒤 SK 강점 배워 전력 업그레이드
김성근 감독은 2일 경기 전 ‘SK를 만나 전패한 팀은 그 다음부터 꼭 연승을 하더라’는 얘기를 듣더니 “듣고 보니 그렇네”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더니 “우리도 두산전이 지나가면 안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1일까지 14연승을 달렸음에도 두산이 4.5경기차로 쫓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게다가 김 감독이 유독 두산을 어려워하는 것은 ‘지금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선발이 그렇게 많이 빠졌는데도 버티고 있다. 방망이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기복이 심한데 (이 정도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저력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 SK가 두산을 위협으로 여기는 대목은 마인드다. 대개의 팀들이 번번이 깨지면 SK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편인데 두산은 SK가 왜 이겼는지를 파고들어서 좋은 점이 있으면 배우려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SK보다 더 개량된 방법을 들고 나오고 그러면 SK에도 자극이 된다는 논리였다.
김 감독은 “야구는 ‘보는 눈이 있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겸손한 자가 상대의 장점을 빼앗을 수 있고, 결국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였다.대전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