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야구전문가에게 묻다… SK박경완은 왜 최고의 포수인가?

입력 2010-05-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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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야구 최고령 포수 SK 박경완. 그가 안방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투수들은 춤을 춘다. 투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늘 복기하는 노력형이자 포수 최초 300홈런을 쳐낸 타자이기도 하다. 스포츠동아DB

야구전문가에게 묻다... “볼배합 하나하나 분석…복기의 달인”
SK가 올 시즌 단독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5일 문학 넥센전에서 패하면서 16연승 행진을 마감했지만 개막 후 한달이 넘은 시점에 8할이 넘나드는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말그대로 십중팔구 이기고 있다.

SK의 호성적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국내 대다수 전문가는 “포수 박경완이 있기 때문에 SK가 더 강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박경완은 왜 좋은 포수일까. 어떤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물론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장점을 얘기하는 것은 어쩌면 포수가 갖추어야할 덕목을 얘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강점 1 : 기억과 성찰
경기당 평균 150개 투구…잠 못자며 연구

SK 김성근 감독은 “박경완의 어떤 면이 장점인가”라는 질문에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게임을 뒤돌아볼 수 있는 능력, 복기 능력이다. 그게 박경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SK 세리자와 배터리코치 역시 “박경완은 한 경기를 두고 공 하나 하나의 볼배합을 모두 기억한다. 머리가 좋다”며 김 감독과 같은 평가를 먼저 꺼냈다.

포수는 1경기를 치르면 평균적으로 150개 안팎의 투구를 받는다. 볼배합만 놓고 보더라도 투구수 만큼의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하는 자리다. ‘왜 이 상황에서 이 공을 요구했는가?’ 박경완은 경기 후에도 자기성찰을 통해 다음 경기를 기약하고 있다.

김 감독은 “박경완은 경기를 복기하느라 잠도 못 자고 끙끙 앓으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강점 2 : 경험과 연륜
투수 컨디션 좋건 나쁘건 리드하는 법 터득

두산 김경문 감독은 “박경완이 포수를 본 지 몇 년이나 됐는가”라며 그의 경험을 높이 샀다.

김성근 감독 역시 “나이와 연륜을 무시하지 못한다. 좋은 상황에서는 잘 모르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경험은 빛이 난다”면서 “박경완은 쌍방울 시절에는 나쁜 투수를, 현대 시절 좋은 투수를 모두 경험했다. 양 극단의 팀을 거치면서 좋은 투수가 나왔을 때와 나쁜 투수가 나왔을 때 리드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투수의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 대처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방울 시절 배터리코치로서 박경완의 성장에 토대를 만들어준 KIA 조범현 감독은 “많은 경험을 통해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까지 읽는 능력이 생겼다. 타석에서 홈런을 잘 치는 것을 보면 노림수가 대단하다. 상대 볼배합을 90% 이상 읽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점 3 : 흐름과 상황
경기 전체 조율…위기시 대량실점 막아


세리자와 코치는 “포수는 2종류가 있다.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포수, 흐름에 따라 볼배합을 하는 포수. 박경완은 후자에 해당한다”면서 “경기 전체를 보면서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만루에 몰리면 대부분의 포수는 그 타자와의 싸움에 급급한데, 박경완은 그 타자에게 한 점을 주더라도 대량실점을 하지 않는 쪽으로 풀어가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박경완의 볼배합은 정석에 기초할까, 상대의 허를 찌를까. 최근 SK전에서 홈런을 치며 맹타를 휘두른 모 선수는 다음에 상대할 때 이용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하면서 “일반적인 볼배합과 반대로 생각하면서 쳤다. 볼카운트 1-1에서 변화구가 들어올 타이밍이었지만 직구를 노려 쳤다. 타자의 생각을 역이용하는 스타일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경완은 “볼배합에 정석은 없다”면서 “목적은 하나다. 타자를 이기는 것 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에 맞춰, 투수 컨디션에 맞춰 볼배합을 계산한다. 쉽게 이끌어 가야할 상황에서 어렵게 간다든지, 어렵게 가야할 상황에서 쉽게 가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해진 상황을 얼마나 빨리 읽느냐다. 포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짧은 시간에 판단해야 한다. 내가 생각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투수가 포수를 못 믿게 되고, 볼배합까지 달라질 수 있다”며 흐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점 4 : 성격과 사고
감정 기복 없고 부정적인 것부터 인식

김성근 감독은 “포수로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격”이라고 표현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겉으로 나타내지 않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포수는 항상 부정적인 것부터 들어가야 하는데 박경완이 그런 스타일이다”고 덧붙였다. 항상 자신을 의심하고, 잘못될 결과를 염려하면서 오히려 긍정적 결과를 얻는다는 의미였다.

세리자와 코치는 “주니치에서 다니시게 포수를 가르쳐봤는데 둘의 공통점은 감정의 기복이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타격이 풀리지 않는다고 투수의 리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타격은 타격, 투수리드는 투수리드라는 2분법적 사고방식이 완전히 정착돼 있는 포수라는 설명이다.


강점 5 : 존재와 신뢰
투수 위주 리드…든든한 믿음

박경완은 기량 이상으로 존재감이라는 플러스 알파 요인을 만들었다. 이같은 존재감은 투수들에게 신뢰를 안겨주고 있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포수의 가장 큰 덕목은 투수와의 신뢰관계 구축인데, 그런 측면에서 박경완은 넘버원이다”고 말했다. 같은 투수가 던지는 같은 공이라도 포수를 믿고 던지는 것과 의심하면서 던지는 것은 공 자체의 위력이 다르다는 뜻.

김성근 감독은 “포수의 리드를 보면 투수위주냐, 포수위주냐로 나눌 수 있는데 박경완은 투수위주로 리드를 한다”면서 투수의 믿음을 살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박경완은 18.44m 떨어진 자리에서 존재감만으로도 투수와 무언의 교감과 신뢰를 얻게 된 포수라는 뜻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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