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중인 일본 게임시장, 변화의 조짐이 일다

입력 2010-05-10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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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폭풍의 핵'' 부상.. 기존 강자들 새로운 시도 ''강화''
일본 게임 시장은 침체 중이다. 어렵다는 이야기가 여기 저기서 나온다. 한 때 세상을 주름잡던 '게임 강국' 일본이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일까. 본지에서 간략히 알아봤다.

<불안한 일본 게임 시장>

우선 일본에서는 주류인 비디오 게임이 점점 팔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게임이 자주 눈에 띄었지만 이제는 50만 장만 팔려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대박이라고 칭송한다.

'판매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닌텐도DS 게임들 조차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닌텐도에서 직접 출시한 게임들을 제외하면 타이틀의 판매량은 처참하다. 출시되고 너무 빨리 사라져 NDS 게임들을 '찌라시 게임'이라고 말하는 신종어가 생기기도 했다. 또 대작들의 생명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파판13'의 경우 출시 당시 8800엔이었지만, 출시 한 달만에 덤핑 게임 가격이 2000엔 대로 내려갔다. 1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대작의 생명력이 한 달 이내로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인기 타이틀인 '베요네타'를 본체 패키지에 껴 주는 등 돈을 쏟아부어 엑스박스360의 판매량이 주당 4천 대에서 8천 대로 소폭 상승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때 성장일변도를 걷던 온라인 게임들도 주춤하는 형국이다. 게임온을 비롯해 일본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들은 하나같이 '예전같지 않다'는 걱정과 함께 추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게임 배급사의 한 관계자가 "일본 내 사람들의 관심이 게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같은 곳으로"라고 진단할 정도다.



<일본의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

물론 일본의 추락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개발사는 새로운 것에 대한 겁이 많다. 안 그래도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태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모험을 할 수 없다. 게이머는 게이머대로 새로운 것이 조금이라도 복잡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결국 개발사들은 계속 같은 방식의 게임들을 짜맞추듯 출시하고 있고, 판매량은 조금씩 하락한다. 이런 악순환 구조가 반복된다. 여기에 풍부한 개발력을 자랑하는 북미, 유럽 타이틀들의 공격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갓오브워3' '배트맨 아캄 어싸일럼' 등의 타이틀은 게임의 주도권이 미국과 유럽으로 넘어갔음을 시사하는 타이틀이다.

불법 복제품 이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선 일본 내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복제품을이용하기가 쉬워졌다. PSP의 경우 중고 전문 가게에 가면 게임 복사기기에서도 작동되는 OS 펌웨어가 낮은 버전의 게임들을 더 비싸게 판매한다. NDSi LL 라는 NDS의 후속 게임기도 등장했지만 이미 'R4 개량형' 같은 복사가 가능한 기기가 출시되었으며, PSPGO(3005) 또한 부분적으로 해킹이 완료됐다. Wii의 경우 외장 하드만 있으면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복사 방법이 발전했고, 최근에는 '블레이 블루CS' 같은 최신 아케이드 게임 마저 PC에서 즐길 수 있는 등 복사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쪽 또한 게임 분야의 전반적인 하락 속에 동반 침체에 이르는 모습이다.


<공룡의 표효? 변화의 움직임 '꿈틀'>

하지만 일본 시장에서도 새로운 기기의 출현, 게임기의 진화 등 변화의 모습이 여기 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우선 아이폰은 일본에서도 변화의 핵으로 지목된다. '배터리를 교체하지 못해서' '휴대전화의 스트랩을 달지 못해서' '이통사인 소프트뱅크의 품질이 좋지 못해서' 라는 이유로 외면 받아 한때 공짜폰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아이폰은 최근 그 진가를 인정받고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때문에 휴대전화 모바일 게임 뿐만 아니라 NDS와 PSP 같은 전문 휴대용 게임기와 전면적인 격돌이 진행 중이다. 게임기 중고 매장에서 아이팟터치, 아이폰를 취급하게 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일. 또 아이폰은 일본 특유의 모바일 접속 방식인 'i모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위력도 발휘하고 있다.



휴대용 게임기용 MMORPG가 출시되는 것도 변화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NDS 전용으로 최근 스퀘어에닉스에서 발매한 '드래곤퀘스트몬스터즈2'의 경우 백여 명의 사람들이 아키하바라에 모여 함께 플레이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과거에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또 일본 내 브라우저 게임 시장의 급성장도 주목된다. 전체적으로 사양이 낮았던 일본 PC게임 시장에 브라우저 게임은 폭풍의 핵이다. 켜놓고 천천히 즐긴다는 컨셉으로 접근한 브라우저 게임은 최근 '웹 삼국지'가 대박을 치는 등 주요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의 강자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소니는 휴대전화와 게임이 결합된 신규 스마트폰 출시로 시장을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 아이폰과의 한판 승부에 풍부한 자사의 게임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닌텐도 또한 가만히 있지 않는다. 화면이 훨씬 큰 NDSi LL을 출시한 닌텐도는 3차원 입체 화면 구현이 가능한 신형NDS를 내놓으려 하는 등 기존 게임기의 강자들도 침체되고 있는 게임 시장에 새 돌파구를 만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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