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M&A열풍, 업체별 전략과 부작용

입력 2010-05-17 18:59:1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매출 증가형 넥슨, 장기 투자형 엔씨 등 전략에 따라 ''천지차이''
게임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불고 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국내의 대형 게임사들이 탄탄한 중견 기업들을 앞다투어 인수하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새 정국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M&A 실행 업체들의 전략은 굉장히 다르다. 중견 게임사 M&A라는 큰 틀에서는 차이 것이 없지만, 그 형태나 행보는 전혀 기업에 따라 차이점이 크다.

<격렬한 경쟁, M&A 열풍을 몰고 오다>

국내 게임사에 M&A 열풍은 왜 온 것일까. 첫 번째 이유로는 대형 게임사와 중견 게임사들 간의 자금 동원력을 들 수 있다. 갈수록 온라인 게임이 대형-기술 집적화 되어 가면서 대형 게임사들은 충분한 자본을 투자해 승승장구하고 중견 게임사들은 점점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에 몰렸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서 중견 게임사들은 입지가 약해져 자금에 목마르게 되고 대형 게임사들은 더 큰 자본력으로 돈 쓸 곳을 찾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대형 게임사간의 경쟁 때문이다. 대형 게임사들은 대부분 상장사로, 꾸준한 실적 향상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다른 게임사들과의 매출 경쟁이 불가피하며, 자사의 취약 부분에 대해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입장에서 이미 충분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검증된 게임을 개발한 업체라면 단기간에 약점의 보완이 가능하다.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상 M&A인 셈이다.

세 번째 이유는 과거에 있었던 M&A들이 성공사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인수로 사실상 국내 최대 게임업체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CJ인터넷 또한 '마구마구'의 애니파크 인수가 성공사례로 대형 게임사들의 M&A를 부추기는데 충분한 효과를 냈다.

<결과는 같다, 게임사별 전략은 다르다>



현재 가장 공격적으로 M&A를 진행중인 업체는 비상장 업체인 넥슨이다. 넥슨은 '매출 1조'를 목표로 지난 12일에 '서든어택'로 유명한 게임하이의 지분 15.8%를 확보했으며, 이달 초에는 '아틀란티카'로 유명한 엔도어즈라는 또 다른 게임업체 인수했다.

'서든어택'은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FPS(1인칭슈팅) 게임으로 국내 및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특히 '2'의 발표가 가시권에 오르면서 넥슨의 첨병이 됐다. '아틀란티카'도 국내는 물론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순위권에 오른 게임으로 매출 403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 또한 넥슨의 매출에 더해지게 된다.

넥슨의 이 같은 행보는 몸집 불리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던전앤파이터'로 거대한 자본을 손에 쥐게 된 넥슨은 '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M&A에 치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에 또 다른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엔씨소프트는 '장기 투자형' M&A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금까지 '포인트 블랭크'의 제페토와 '러브비트'의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를 부분 인수한 바 있으며 지난 11일에 넥스트 플레이의 지분 65%를 획득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인수를 하는 개발사들은 넥슨 처럼 바로 매출이 더해지거나 검증된 개발사들이 아니다. 즉, 바로 써먹을 수 없다. 제페토는 계약한 후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투자를 거쳐 최근에야 해외에서 빛을 보고 있고, 크레이지 다이아몬드 또한 정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최근 인수한 넥스트 플레이 또한 과거에 캐주얼 게임으로 유명한 개발진이지만 아직까지 만들어낸 게임은 없다. 즉, 엔씨소프트는 '될성부른 떡잎'에 장기간 투자하는 파트너십 개념이 넥슨보다 훨씬 강하다.

M&A에 대한 또 다른 전략은 웹젠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 4월에 웹젠은 NHN게임스를 합병하면서 시총 4천억 원의 회사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반대로 NHN이 28.5%의 지분을 소유한 만큼 NHN의 자회사로 편입되게 된다. 언뜻 보면 이해되지 않는 이 같은 움직임은 웹젠의 해외 인지도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NHN이 해외 인지도가 높은 웹젠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겠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과도한 M&A, 업계 부작용도 우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M&A가 진행되면서 우려도 만만치않다. 대형 업체에서의 연이은 M&A은 '과점'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또 중소 업체가 없어질수록 게임사업 발전이 정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최근 M&A열풍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M&A는 대형 업체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요소이고, 중견 게임사들에겐 유통채널 확보와 자금을 조달받는, 양자가 유리한 효과를 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사실상 중견 게임사들이 종속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중국에서도 국내와 같은 M&A 열풍이 불고 있으며 몇몇 문제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국내에는 '묻지마' 식 M&A 보다는 게임사들을 배려하는 경우가 많아 다행이다. 엔씨소프트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절충 사례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학동 게임동아 기자 (igelau@gamedonga.co.k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