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김대현 보기 없이 버디만 13개
도전적 배상문 보기·더블보기 3타뒤져
국내 남자 프로골프투어가 김대현(22·하이트)과 배상문(24·키움증권)의 양강 구도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대구 출신 2년 선후배 김대현과 배상문은 국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겉으로 보기엔 파워를 앞세운 플레이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둘은 전혀 다른 골프를 구사한다.
키 182cm의 김대현은 장타 하나만은 국내에서는 적수를 찾을 수 없다. 드라이버 샷으로 330야드를 거뜬히 보내는 최고의 파워히터다. 그러나 페어웨이와 그린에서는 여성처럼 섬세하고 정교한 플레이를 펼친다. 장타에 정확한 쇼트게임과 면도날 같은 퍼트까지 갖추면서 무서울 게 없어졌다.
배상문은 장타자 특유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추구한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해도 항상 다른 패턴의 공략을 펼치는 등 교과서와 다른 플레이를 펼친다. 상상력이 풍부하다.
둘은 SK텔레콤오픈 2라운드에서 나란히 1,2위로 나섰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김대현은 2라운드를 모두 마칠 때까지 보기를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았다. 착실하게 버디만 13개 잡아내며 선두로 나섰다.
반면 배상문은 김대현과 똑같이 13개의 버디를 잡고도 보기와 더블보기를 하나씩 적어내 김대현에 3타 뒤진 2위에 머물렀다.
둘의 서로 다른 골프스타일은 성적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김대현은 지난 9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2승째를 챙겼지만 이전까지 번번이 우승의 문턱을 넘지 못해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메리츠 솔모로오픈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뒤 가까스로 지난해 9월 KEB 한중투어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꾸준한 플레이를 펼쳐왔지만 중요할 때 치고 나가는 한방이 부족해 우승 문턱에서 몇 번씩 좌절을 맛봤다.
배상문은 화끈하지만 기복이 심하다. 잘할 때는 누구도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플레이를 펼치지만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나쁘면 컷 탈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배상문이 2년 연속 KPGA 투어 상금왕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중요할 때마다 한번씩 터지는 한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배상문은 KPGA 투어 통산 5승 중 3승을 메이저 대회인 한국오픈(2회), 매경오픈에서 기록했다.
김대현과 배상문은 지난겨울 선배 최경주를 차례로 찾아 벙커 샷과 쇼트게임 등을 전수 받은 후 플레이가 더욱 정교해졌다. 2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 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원아시아투어 SK텔레콤오픈(총상금 9억원·우승상금 2억원) 2라운드에서 김대현과 배상문은 나란히 1,2위에 올라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대현이 14언더파 130타로 단독선두로 나섰고, 배상문은 11언더파 133타로 2위다.
두 사람에게 쇼트게임 노하우를 알려준 최경주(40)는 호주 출신의 앤드류 츄딘과 함께 8언더파 136타로 공동 3위다. 우드로 어프로치를 하는 등 다양한 쇼트게임 기술을 보여준 케빈 나(27·타이틀리스트)는 샷 이글 등으로 3언더파 141타를 만들어 공동 27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