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시신 보면서 후배 감독들 한국 영화계 개탄

입력 2010-05-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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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지균 감독 죽음에 영화계 추모·자성의 목소리

박중훈, 트위터에 비통함 남기고
후배 감독들도 한국 영화계 개탄
오늘 발인 부검않고 대전서 화장


25일 숨진 채 발견된 고 곽지균(본명 곽정균·56) 감독의 죽음에 영화인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상업성에 치우쳐가는 한국영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중훈은 26일 마이크로 블로그 ‘트위터’를 통해 “지균이 형, 참 좋은 사람인데, 그간 형에게 무심하게 지낸 제가 막 원망스럽습니다. 저는 영화가 잘 돼서 기분이 좋고 어떤 선배는 영화가 없어서 우울해 세상을 달리 했습니다. 그냥, 제가, 제 자신이, 참 미안합니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곽지균 감독은 1986년 ‘겨울 나그네’로 데뷔, 1991년 ‘젊은날의 초상’으로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받는 등 멜로 영화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영화인이다. 이런 그가 남긴 “일이 없어 괴롭고 힘들다”는 유서는 한국영화계에 강력한 메시지가 되고 있다.

정인엽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곽 감독은 영화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작가였다. 10여년 전부터 나이가 50만 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나는 풍조가 있는데 곽 감독도 그런 풍조에 대해 토로했다. 좋은 인재가 자살을 택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후배인 이현승, 이호재 감독도 25일 각각 트위터에 “존경하는 선배이자 멜로 영화의 대가이신 곽지균 감독님이 일이 없어 자살하셨다니. 이런 영화판 화가 납니다”, “좋은 영화, 사랑받는 영화, 잘 팔리는 영화.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시리네요”라며 한국 영화계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도 최근 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영화는 많은데, 좋은 영화는 줄어들고 있다”며 상업성에 쏠리는 한국영화의 모습에 아쉬움을 나타낸 바 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곽 감독의 사인이 연탄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추정하며, 시신의 부패상태로 미뤄 숨진 지 보름정도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밝혔다. 타살 가능성은 거의 없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30분 대전 성심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대전 장례사업소에서 화장할 예정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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