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 제2의 물결 도래하나?

입력 2010-05-28 15: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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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긴 한국 e스포츠의 제2의 물결 도래할까?'

미국의 작가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과거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화 사회로의 변화를 '제3의 물결'로 표현했는데, 최근 한국 e스포츠 시장 큰 변화와 위기를 맞으며 새로운 세대로의 전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사실 과거부터 한국 e스포츠는 과도기가 도래했다는 말이 여러 번 있었지만 암흑의 시대에 희대의 영웅이 등장하듯 임요환, 이윤열, 이제동, 이영호 등 스타급 프로게이머들과 열정적인 국내 e스포츠팬들이 그 공백을 메워 왔다.

특히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의 시대는 끝났다', '더 이상의 전략, 전술은 없다' 등의 e스포츠의 세기말적 분위기에 등장해 e스포츠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e스포츠 팬들 역시 몇몇 구단이 존폐 위기를 맞이했을 때 자발적으로 시위와 서명을 주도하면서 시장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 e스포츠 시장의 분위기는 과거와 달리 오랫동안 곪아왔던 문제의 고름이 한 번에 터져 나오며 많은 e스포츠팬들은 물론이고 올드 팬들까지 등을 돌릴 정도였고, 관계자들 역시 시장 존폐의 불안감까지 느낄 정도로 큰 위기를 맞이했다.

사건의 발단은 3년전 한국 e스포츠협회가 블리자드의 지적재산권인 '스타크래프트'의 '중계권'을 타 회사에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그전까지 블리자드는 한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e스포츠를 발전시킨다는 대의명분 하에 자사의 지적재산권에 대해 어느 정도 묵인해 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e스포츠협회는 블리자드가 한국 e스포츠 시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협상은 3년이란 기간 동안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한국 e스포츠 시장을 대표했던 협회와 지적재산권을 가진 블리자드 간의 큰 골로 이어졌고, 결국 협상결렬이란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과거 한국 e스포츠 협회는 국내 e스포츠 시장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카트라이더,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등의 국내 온라인게임으로 리그를 제작해 한국적인 리그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지만 이 역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올드 프로게이머들이 선수 생활을 마치고 향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며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e스포츠 승부조작'으로 뒷거래를 진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빚어지게 됐다.

또한 독특한 스타일과 특징을 가진 프로게이머들이 점점 줄어들고 공장 식으로 육성된 프로게이머들로 경기들이 획일화되자 이는 자연스럽게 각종 리그의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경기력과 능력적으로는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지만 팬들의 지지와 인기면에서는 새로운 스타의 등장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말 그대로 e스포츠의 종주국인 한국의 시장이 최근 몇 년 동안 발전은 커녕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 '과도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중 지난 27일, 한국 e스포츠시장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큰 사건이 터졌다. 블리자드가 과거 10년 가까이 리그를 주도해 온 e스포츠협회가 아닌 인터넷 미디어 '그래텍'과 자사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독점 계약을 맺은 것이다.

과거 협상의 배경과 그 내면에 어떤 생각과 목적이 어찌됐든 블리자드는 기존 협회가 아닌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해준 인터넷 미디어를 파트너로 선정했고, 협회를 제외한 방송사 프로게이머들과의 대화 창구도 열었다. 이는 철저하게 협회의 사무국을 제외한 채 e스포츠 시장의 개편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블리자드의 이번 결정이 무조건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함에 앞서, 블리자드가 본 최근 한국 e스포츠 시장의 문제는 e스포츠협회였다는 결론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번 결정에 따른 e스포츠협회의 공식입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거와 같이 협회가 주도적으로 방송사 및 게임단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물론 10년간 한국 e스포츠의 중심에 있던 협회의 비중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오래전부터 정부 및 관계부처와 진행해오던 사업들은 물론이고 기존 시장 주도 세력들의 혼란과 파장이 예상되긴 하지만 '지적재산권'이란 주요 시안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도출해내지 못한 협회의 능력에 대해서는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블리자드는 인터넷 뉴 미디어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했고 콘텐츠 파워를 앞세워 e스포츠 시장의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란 타이틀에 얽매여 기존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나서면 변화의 흐름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것들은 시인하고 잘라버릴 수 있는 용단을 내릴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이 그랬듯 새로운 변화와 광명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혼돈의 시기를 필수적으로 거쳐 갔던 역사가 증명하듯, 한국 e스포츠 역시 최근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최호경 게임동아 기자 (neoncp@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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