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미디어시대 기업 악의적 루머 대처 어떻게
‘나쁜 기사 무조건 막고
보자’기존 방식 대응땐 곤욕 치러
양방향 소통 잘 활용하면
신뢰 쌓고 우군 만들수 있어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은 경영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각종 루머에 대한 홍보·마케팅 대응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SNS는 생각이나 의견, 경험 등을 공유하기 위해 활용하는 쌍방향 온라인 서비스.
경영에 치명적일 수 있는 각종 악성 소문의 전파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 매체를 대하던 방식으로 SNS를 다뤘다가 역풍을 맞은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본보가 위기관리 컨설팅 전문가들에게 최근 악성 루머로 곤욕을 치른 기업들의 SNS 대응방식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개선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 ‘회장님 트윗질’이 정답은 아냐
두산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유동설 위기설’ ‘밥캣(두산이 인수한 미국 중장비제조업체) 유상증자설’ 등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홍역을 겪었다. 이에 박용만 ㈜두산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위기관리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신뢰할 만한 인물이 직접 나서 부인한 게 위기설 진화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면서도 “최고경영자(CEO) 개인 트위터로 직접 루머에 대응하는 것이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기업 조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CEO가 한 말을 하부 조직이 책임져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소셜미디어의 속성상 백번을 잘 해도 한 번 실수로 ‘대형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GM대우자동차는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생산 물량을 점차 중국, 인도 공장으로 옮기면서 고사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일각의 ‘철수설’에 대해 기업블로그(blog.gmdaewoo.co.kr)에서 반박하고 있다. 제이 쿠니 홍보 담당 부사장이 “도대체 언제쯤이면 오보가 사라지겠느냐”며 강도 높은 반박의 글을 올리고 있지만 철수 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GM대우차가 기업블로그를 잘 관리하고 있지만 철수설에 대한 포스트들은 단편적인 되받아치기 수준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슈를 확실히 털고 나간다’는 판단으로 좀 더 중장기적인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미국 본사 고위직을 한국으로 데려와 GM대우차의 중장기 비전에 대한 확약을 받는 정도의 수위 높은 처방이 아니면 철수설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중과 직접 소통 새 길… 활용 능력 갖춰야
진로는 올 3∼4월 “일본 자본이 유입됐다”, “빨간색 병뚜껑이 일장기를 상징한다”는 등의 헛소문에 시달렸다. 진로는 기업블로그나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반박 지면광고를 내고 영업사원을 통해 전단을 배포하는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처했다. 전문가들은 진로가 발 빠르게 대응한 점은 평가하면서도 SNS를 평소 운영했더라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으리라는 의견이었다. 기업블로그나 트위터를 자주 찾는 우호적인 소비자들이 여론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다 유사한 루머가 몇 년 간격으로 되풀이되고 있었던 만큼 사전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쁜 기사는 무조건 막고 보자’는 기존 사고방식으로 SNS 환경을 대하다가 곤욕을 치른 회사도 있다. 2007년 한 식품업체는 한 블로거가 “위생 상태가 불결한 회사”라며 왜곡된 포스트와 사진을 올리자 포털 및 소셜미디어 서비스업체들에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퍼 나른 사본들까지 모두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자신이 퍼 온 포스트를 내리게 된 누리꾼들은 ‘블로거를 무시하는 회사’라는 반감을 갖게 됐고, 나중에는 위생 문제를 놓고 회사와 블로거 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SNS에서의 기업 홍보는 기본적으로 ‘몸에 흙을 묻힐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기업홍보가 기업과 제품의 장점만 부각하는 방식이었다면 양방향 소통이 중요하고 참여자들과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야 하는 SNS 환경에서는 약점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선 비알컴 대표는 “SNS를 통해 기업들이 언론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소셜미디어 환경이 기존 매체와 다른 만큼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