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오스트리아리포트] 대표팀 훈련취소,눈덮인 3000m 고봉 등산…왜?

입력 2010-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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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약을 미리 먹었다고 생각하자.”

가상의 그리스로 여겼던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0-1로 석패한 허정무호는 다음 날(31일) 예정된 훈련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하루 휴식을 갖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도 종종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회복 훈련까지 하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허정무 감독과 캡틴 박지성(맨유)의 각별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축제를 즐기고 싶었다”던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의 말처럼 요즘 대표팀은 한껏 고무돼 있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벨라루스전 패배로 다소 분위기가 가라앉게 됐다.

더욱이 유력한 승선 후보였던 곽태휘(교토)가 갑작스런 무릎 부상으로 하차함에 따라 불안감은 더 가중됐다. 이를 간파한 허 감독이 저녁 식사 후 박지성을 불러 토의를 했고, 결국 휴식을 갖고 싶다는 선수들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허 감독은 경기 후 질타 대신 “차라리 진 게 잘 됐다. 좋은 약을 먹었다고 생각하자. 오늘 일은 모두 깨끗하게 털어 버리자”고 격려했다. 사실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 입성한 지 7일차.

아무리 환상적인 전경이 펼쳐진다 해도 똑같은 곳을 계속 쳐다보면 무료함과 지루함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이곳은 해발 1200m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겉보기와는 달리 피로감도 대단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마냥 ‘방콕’만 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는 프로인지라 휴식이 주어져도 몸 관리는 철저하다는 게 대표팀 스태프들의 귀띔이다.

평소 오전 8∼9시 사이에 이뤄진 아침 식사를 한 시간 늦춰 조금 여유 있는 오전을 보내도록 배려했음에도 선수들은 각자 호텔 헬스장에서 부족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컨디션을 유지했다. 대개 선수들은 오전 7시부터 일찍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오전 개인 운동을 해왔다.

이날 이뤄진 대표팀의 유일한 공식 일정은 해발 3000m의 만년설이 있는 슈투바이 지역을 방문한 것. 슈투바이는 오스트리아에서도 가장 큰 만년설 지역으로 유명한데, 3개 봉우리가 3000m 지점에서 하나로 만난다. 선수들은 각자 소망을 품고,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다짐했다.

허정무호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테헤란 원정을 앞둔 2009년 1월에도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 올라 선전을 기원했다. 당시 한라산 등정이 예정됐으나 기상 악화로 장소를 수정했을 뿐, 각오에는 변함이 없었다.

모처럼 달콤한 휴식을 즐긴 허정무호.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꿈★은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 |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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