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
잠깐만 뛰어도 숨이 헉헉…사람살려!
허정무호가 벨라루스전 패배의 충격을 떨치고 새 출발을 위해 3000m 봉우리가 위치한 알프스 산자락 슈투바이 글레처에 오른 5월31일(한국시간).회복 훈련 없이 단합을 위해 선수단만의 짧은 여유를 보내고 싶다는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에 따라 대표팀의 스케줄에 맞춰 바쁘게 돌아다니던 취재진도 한나절의 달콤한 휴일 아닌 휴일을 갖게 됐다.
기자들 해발 1200m서 훈련 체험
공인구 자블라니 무게에 비해 묵직
몇몇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인근 산으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는 등 짧은 여행을 떠난 가운데 기사 송고를 일찌감치 완료한 일부 기자들은 축구 경기를 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신문과 인터넷 매체, 방송사 기자들이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대표팀이 훈련하는 노이슈티프트 캄플 구장.
필드 관리소 측에 이미 사전 요청이 이뤄졌고, 천연 잔디 그라운드가 4면이 깔려 있어 전·후반 25분씩, 50분 간 빌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국이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조별예선 2차전을 치르는 요하네스버그가 1750m 고지대에 위치한 탓에 항상 ‘허정무호의 고민’ ‘대표팀의 고충’이란 내용의 기사를 써왔던 기자들이 직접 고지대를 체험하게 됐다.
노이슈티프트는 해발 1200m였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국내에서 평소 조기 축구에 꾸준히 참석해 왔다던 한 기자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힘들다가도 한 번 호흡이 탁 트이면 괜찮아졌는데 여기선 숨이 고르게 될 때까지 확실히 속도가 느리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또 다른 기자도 “내가 담배를 많이 피워서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뛰어서 그런지 한국이나 여기나 힘든 건 매한가지”라는 소감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의미 있는 체험은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를 직접 차본 것.
축구협회가 대표팀이 사용하는 훈련 볼 3개를 빌려줘 기자들은 자블라니를 차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유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대표팀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산 볼”이라고 혹평을 늘어놓았다는 자블라니는 탄력이나 무게에 비해 상당히 묵직했다.
기자들이 축구화를 미처 구하지 못해 일반 운동화를 신었던 점을 감안해도 일반 공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연습 때 짧게 몇 번 차본 뒤 곧바로 익숙한 일반 공으로 교체.
여기에 비까지 내려 미끄러운 잔디에 고지대까지.
자블라니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빼고 벨라루스와 평가전을 치른 허정무호 선수들과 같은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맛봤던 하루였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