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월드컵 20. 역대 우승국과 차기대회] 우승컵의 저주

입력 2010-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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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998년 사상 첫 우승컵 감격…2002년 월드컵선 1승도 못하고 짐싸
환희와 감동, 열광의 무대 뒤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 월드컵에서도 명암은 존재한다. 월드컵을 통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고, 최고 몸값의 스타가 날개가 꺾여 일찍 짐을 싸기도 했다. 영원한 강자와 약자도 없다. 지난 대회 우승국이 예선에서 떨어지는 우승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우승 후유증

프랑스는 월드컵에서 가장 기복이 심했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조별 예선도 통과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단 1승도 건지지 못하고 짐을 싼 프랑스는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을 피하지 못했다.

몰락하던 아트 사커는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부활했다. 중원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은 더욱 영리한 플레이로 그라운드를 지배했고, 제2의 지단을 꿈꾸는 신예 프랑크 리베리는 프랑스를 결승에 올려놓았다.

월드컵 4회 우승국 이탈리아도 우승 후유증이 심한 편이다. 1934년과 1938년 연속 우승했지만 1950년 4회 대회에서는 1라운드 탈락으로 체면을 구겼다.

이탈리아는 1982년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지만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16강전에서 탈락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탈리아가 남아공에서는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월드컵 우승국 중 최악의 팀은 우루과이다. 1930년 1회와 1950년 4회 대회 우승 이후 월드컵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1974년부터 2006년 대회까지 9차례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5번은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가장 좋은 성적도 1986년 멕시코와 1990년 이탈리아에서 거둔 16강이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독일

브라질(5회 우승)과 독일(3회 우승)은 월드컵의 절대강자다. 공통점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점.

1958년 6회 대회에서 처음 우승컵을 들어올린 브라질은 1962년 칠레월드컵까지 연속 우승하며 삼바축구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때 1라운드 탈락했지만 더 이상의 수모는 없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1994년 미국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이 됐다. 우승 후유증이란 말도 브라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차군단’ 독일의 월드컵 성적은 우등생 감이다. 항상 우승후보로 꼽힐 만큼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16회 출전해서 1라운드 탈락은 1938년이 유일하다. 독일의 강점은 일단 16강전에 진출하면 최소 8강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 단기전 승부에 매우 강하다.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한 독일은 우승 뒤에도 최소 8강 이상의 전력을 유지했다. 1954년 첫 우승 뒤 1958년 4강, 1974년 우승 후 1978년 8강, 1990년 우승 후 1994년 8강까지 진출했다. 브라질과 독일이 우승후보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는 이유다.


○득점왕은 상처뿐인 영광?


월드컵 최고 스타를 선정하라면 득점왕을 먼저 꼽게 된다. 초대 득점왕에 오른 스타빌레(아르헨티나)를 비롯해, 가장 많은 13골로 득점왕에 오른 폰텐느(프랑스)와 3차례 월드컵에서 15골을 폭발시킨 호나우두(브라질)는 월드컵이 배출한 최고의 골잡이다.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득점왕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월드컵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특급 골잡이들이 많다. 웨인 루니(잉글랜드), 페르난도 토레스, 다비드 비야(이상 스페인),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디디에 드록바(코티드부아르),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등이 후보로 오르내린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가장 빛났던 스타가 됐지만 마지막까지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다. 비운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스타들이 더 많았다. 러시아의 올레그 살렌코는 월드컵 득점왕 출신 중 가장 불행한 길을 걷고 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6골을 넣어 스토이코비치(불가리아)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던 살렌코는 이후 사업을 하다 금융위기를 맞고 빚더미에 앉아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크로아티아의 영웅 다보르 수케르는 1998년 딱 한번의 월드컵을 통해 최고의 별이 됐다. 월드컵에 처녀 출전한 조국 크로아티아를 3위에 올려놓았고 6골을 몰아넣은 자신은 득점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때 수케르의 나이는 벌써 서른을 넘었다. 월드컵 이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아스널과 웨스트햄, 1860뮌헨 등을 전전하다 2003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삼바축구의 대표주자 호나우두(브라질)도 월드컵에서의 영광을 끝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세 차례 월드컵에 출전해 통산 15골을 터뜨리며 골잡이로서의 명성을 날렸다. 첫 출전한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4골,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는 8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3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2006년 독일월드컵이 끝나고 무릎수술을 받은 호나우두는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AC밀란으로 이적했지만 방출되는 설움을 겪었고, 현재는 고국의 코린티안스에서 뛰고 있다.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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