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와 함께하는 월드컵 과학] 17. 공인구 자블라니

입력 2010-06-1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공공의 적, 어디로 튈지 모른다! 자블라니 잡으려니 한숨만…
공포의 공인구?

8개 가죽조각·돌기로 공 반발력 커져

선수들 “낙하지점 예측 어렵다” 불만

고지대 더 빨라져…바람 영향도 변수멀리 떠난 태극전사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도 있지만, 고개를 갸우뚱해지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새 공인구 자블라니에 관한 것으로, 우리 선수들이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아디다스는 역대 어느 공보다 정확하고 완벽한 형태로 제작해 스트라이커와 골키퍼 모두에게 공정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 했다. 비록 선수들의 평가가 상반되긴 하지만,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반적인 중론이다. 따라서 공에 대한 적응력이 승부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빠른 적응을 통해 오히려 그것을 응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자블라니는 남아공 11개 공용어 가운데 반투족(남아공 인구의 약 25%%)이 사용하는 줄루어로 ‘축하한다’는 의미.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반발력이 높아 공이 더욱 멀리 날아간다. 둘째, 가죽조각이 적고, 표면에 돌기가 있어 공기저항이 달라졌다. 특성이야 어쨌든 궁극적으로는 축구공을 구형에 가깝게 만듦으로써 정확하고 빠른 패스를 통해 경기의 박진감과 흥미를 높이려는 의도다.

월드컵공인구 지정을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은 표준규격을 정해놓고 있다. 공의 질량, 둘레, 반발력의 일관성, 구형성, 흡습도, 내부압력 유지능력, 복원력 및 내구성 등(표1 참조)이 중요한 물리적 특성인데, 자블라니는 이를 모두 충족시켰다.

자블라니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2006독일월드컵 공인구였던 팀가이스트와 비교해 보면, 두 공의 질량, 둘레, 구형성, 내부압력 유지능력, 복원력 및 내구성 등이 모두 비슷하다(표2 참조). 다만 자블라니가 팀가이스트에 비해 반발력 편차가 다소 커졌을 뿐이다.

축구공의 반발력은 2m 높이의 철판 위에서 공을 자유낙하시켜 튀어 오른 높이로 측정하는데, 10회 반복 측정해 최대치-최소치 차이가 10cm 이내여야 한다.

튀어 오른 높이를 2m에 대한 비율로 계산하면 반발탄성계수를 얻는데, 이것이 높으면 같은 힘으로 공을 차도 공이 더 멀리 빠르게 날아간다. 온도가 약 15°C 내려가면 이 값이 약 5%% 줄어드는 것도 고지대에선 유념할 일이다. 공이 생각보다 빨리, 멀리 움직이는 변화에 선수들이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쯤은 감각을 익히고 적응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발력 변화에 대한 적응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공 표면의 가죽조각(panel)과 돌기(grip)다.

공 표면에 변화가 생기면 공이 빠르게 날아갈 때 공기저항의 영향도 변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32개였던 가죽조각을 팀가이스트가 14개, 자블라니는 8개로 줄여 구형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공인구 테스트 결과 구형성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공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격수는 공격수대로 공의 낙하지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때가 많았으며, 골키퍼는 공이 날아오는 순간 공의 흔들림을 경험할 때가 많아졌다고 한다.

가죽조각의 수와 돌기는 공이 날아가는 동안 공기저항에 영향을 준다.

풍동실험을 통해 공이 날아가는 동안 공기 흐름을 보면 공의 뒷부분에는 공기가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공 앞부분에서 중간까지는 공기가 피해가듯 매끈한 모습이다. 이 부분은 공기 흐름이 정지되고, 이를 경계면 또는 경계층이라 한다.

그러나 공에 돌기를 주면 매끄러울 때보다 경계면이 넓어지고, 경계면이 넓을수록 유선형이 되어 공기저항이 줄어든다. 골프공에 딤플을 만들어 공기저항을 줄이고, 공을 멀리 보내는 원리와 같다.

하지만 공을 구형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적은 가죽조각으로 만든 자블라니는 가죽조각 사이의 이음새 부분이 적어 표면이 훨씬 매끄럽고 경계면이 좁아 공기저항이 커진다. 결국 자블라니에 상반된 효과를 주도록 만들었다.

다시 말하면 8조각으로 만들어 늘어난 공기저항을 가죽조각 표면에 돌기를 만들어 공기저항을 줄임으로써 상쇄시키는 효과를 얻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공기 영향이 경계면에 국한된다면 선수들의 어려움이 적겠지만, 마그누스 효과, 카르만의 소용돌이(Karman’s vortex)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줄어든 가죽조각과 돌기가 주는 영향은 복잡해지고 여기에 선수들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남아공에서 사용할 공인구는 정해졌다. 공과 공기의 접촉 면뿐만 아니라 공과 발의 접촉면도 넓어져 선수의 그립감이 좋아진 반면 공기저항이 달라져 선수로 하여금 한 단계 높은 킥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빠른 적응을 위해 공이라도 안고 자야할 모양이다.

최규정 KISS 스포츠과학연구실장

엘리트체육 발전을 위해 올인 레슬링, 스키, 당구 담당 코디네이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