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전력 집중해부
2차전 상대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열세다. 하지만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한다면 못 넘을 산도 아니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성남 일화 감독)의 입을 빌어 아르헨티나 전력을 상세히 분석해본다.
① ‘설렁설렁 1차전’ 어떻게 볼 것인가
우승 목표…조별예선, 연습경기 하듯
갈수록 팀워크·감독 리더십 살아날것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가 연습 게임
마라도나 감독의 의도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피지컬(체력)이고, 두 번째는 선수 장악력이다. 솔직히 아르헨티나 등 강호들은 단순히 첫 승과 16강 진입이 목표가 아니다. 결승을 목표로 한 달 내내 고른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조별리그는 어디까지나 아르헨티나에게는 연습 게임에 불과하다. 나이지리아전을 놓고 ‘설렁설렁’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과감히 ‘틀렸다’고 하겠다. 결승전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 실전을 연습 삼아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생각일 게다.
남미 선수들의 특징은 강한 개성이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감독과 삿대질까지 하며 싸울 수 있고, 또 언제든 그럴 준비가 돼 있는 이들이 남미 선수들이다. 벤치 역량에 따라 선수들은 모래알처럼 흐트러질 수도, 단단한 진흙덩이가 될 수도 있다. 선수들의 심리를 얼마나 꿰고 있고,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 결전 당일 순간까지 분석해야 한다.
현재로선 나쁘지 않다. 마라도나 감독은 지역 예선 내내 좋지 못한 성적과 부진한 내용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때의 ‘위기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선수단에 거의 녹아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형님 리더십이다. 위기가 외려 기회가 됐다고 할까?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주고, 볼을 부비는 등 스킨십이 자주 눈에 띄었다.
② 메시 봉쇄, 해법은 있다
철저한 압박 통해 드리블 공간 최소화
마크 뚫릴 땐 약속된 커버플레이 돌입
○메시를 가둬라!
아르헨티나는 4-2-3-1 포메이션이다.
이과인이 최전방에, 디마리아-메시-테베스가 그 뒤를 받쳤다. 수비형 미드필드에는 베론과 마스체라노가 섰는데, 베론이 공격적으로 나섰고 마스체라노는 밑으로 처졌다. 4-2-3-1 형태는 미드필드 역할에 따라 대단히 공격적일수도, 수비적이 될 수 있다. 숫자만 놓고 디펜스 위주라는 선입관을 버려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전자에 해당한다.
우린 상대를 ‘가둔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뻔한 얘기 같지만 상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 하고, 계속 압박을 해야 한다. 폭을 좁혀놓으면 양 팀은 협소한 공간에서 내내 부딪히고, 자연히 우린 압박 거리가 짧아 디펜스가 한결 수월해진다.
상대 키 플레이어인 메시 봉쇄도 여기서 해법을 찾자. 그간 메시 성향을 볼 때 우리의 왼쪽을 주로 노릴 가능성이 높다. 이 때 횡으로 이동하다 감아 때리는 슛 모션이 잦다. 메시가 중앙에 있을 때는 주로 전진 드리블 플레이를 한다. 여기까진 메시가 즐기는 주요 공격 루트다. 물론 특정 지역에 국한 받지 않은 2대1 패스에 의한 ‘치고 빠지는’ 움직임도 주요 체크 대상이다. 주로 테베스와 호흡이 이뤄지는데 워낙 빠른 발을 가졌기에 우리 수비가 메시를 놓칠 수도 있다. 여기선 하프라인 아래 모든 선수들이 순간 대처법에 의한 커버를 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볼은 놓쳐도 선수는 놓치지 말자. 상대의 주축 멤버를 자꾸 외부로, 측면으로 빼야 한다. 1선과 2선 간격을 타이트하게 좁혀라. 오직 탈출구는 외곽 밖에 없다는 생각을 상대가 갖도록 하자. 압박을 하고, 못살게 굴면 다혈질적인 남미 특유의 성향이 드러날 수 있으니 의외의 수확도 챙길 수 있다.
아울러 아르헨티나 공격진의 포지션 체인지가 잦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맨 마크는 불가능하다. 자신 앞으로 오는 모든 상대를 계속 체크해야 한다. 한 명에 국한하지 말자. 또 상대가 볼을 잡았을 때를 가정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꾸준히 해야 한다. “난 A를 잡을 테니, 넌 B를 잡아!” 서로 계속 대화를 하며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자.
③ 최강 지역방어, 어떻게 뚫을 것인가
수비형MF 공격가담때 측면역습 기회
뻥축구 대신 빠른 패스로 공격 풀어야
○ 마스체라노-베론 라인의 외곽이 허점
4-2-3-1 포메이션의 취약점은 ‘4-2’ 외곽 공간이다. 더욱이 수비형 미드필더 2명 중 한 명은 공격 가담 횟수가 잦다. 이 틈을 파고들어 외곽을 활용하라는 얘기다. 우리 측면 날개로 포진할 박지성과 이청용이 수세 때 얼마나 빠르게 오므라들고, 공격으로 전환할 때 얼마나 빨리 사이드로 퍼지느냐에 따라 결실의 맺음 여부가 갈릴 것이다.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선수들이 계속 되새길 필요가 있다. 수비는 칭찬할 만 했지만 공격은 의도대로 풀리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세트피스가 강하고 철저한 지역 방어를 쓴다. 모든 위치에서 전진 압박이 이뤄진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생각 없이 볼을 전방으로 내지르는 소위 ‘뻥 축구’는 지양해야 한다. 아기자기한 패스 위주로 풀어야 한다.
자, 상대가 밀고 올라온다. 이 때 우린 한 템포 빨리 패스를 내줘야 한다. 내게 볼이 오면 누굴 줘야 할지, 연결(패스)은 어떻게 해야 할 지, 어떻게 빠른 속도로 볼을 차단해 치고 올라갈지 늘 염두에 두자. 멈칫 한 순간 위기가 온다. 세트피스도 마찬가지다.
우리 장점을 활용하자. 상대에 비해 전진 속도가 빠르다. 상대가 아무래도 주도권을 많이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대신 상대의 수비진은 엷어진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최대한 빨리 파고들고 볼이 배급되며 협력 플레이가 이뤄져야 하겠다.
정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