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박정권, SK의 신(新)마우스가 모이자 이호준은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웬만한 상대에 지지 않을 그였다. ‘두 선수가 이호준의 신진라이벌’이라는 취재진의 짓궂은 농담에 그는 “사실 SK입담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세력이 있다. 나주환과 박재상이 대세”라며 맞받아쳤다. 그리고 빅마우스계의 선배답게 “이 4명이 한데 모이면 (주위가)끝장난다. 이들이 있어 SK의 미래가 밝다”는 촌철살인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다.
그러나 진정한 고수(?)는 따로 있었다. 정근우, 이호준이 서로 입담을 자랑할 때 옆에서 침묵을 지키던 박정권은 “(박재상, 나주환이 설을)푼다고 푸는데 아직 멀었다”고 조용히 한 마디를 건네 덕아웃을 폭소도가니로 만들었다. “내가 2안타 친 다음날, 컨디션이 좋을 때 제대로 풀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그라운드로 나선 그의 뒷모습은 비장해보이기까지 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