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출산 걱정은 잊고 무실점 부탁해”

입력 2010-06-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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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출산 잘 할게요. 걱정하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해줘요.” 12일(이하 한국시간) 그리스전에서 선방을 펼친 골키퍼 정성룡(왼쪽)과 17일 아르헨티나전 때 출산을 앞둔 임미정 씨. 사진출처 | 임미정 씨 미니홈피

그리스전 선발 소식 깜짝 놀랐어…90분간 뛰고 기도하고…자랑스런 아빠 모습 또 기대할게
to. 사랑하는 울 곰탱이 성룡씨

오빠. 나야 미정이. 세상에, 얘기를 왜 안했어. 정말 깜짝 놀랐어. 경기 전에 그리스전 선발 명단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찌나 긴장되던지.

90분이 너무 길었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네. 계속 방방 뛰다가, 때론 손을 꼭 모으고 기도하다가, TV 중계를 제대로 볼 수 없었지.

사랑이(아들 태명) 출산 때문에 올라오신 친정 엄마하고 둘이 거실에 앉아서 오빠 유니폼 입고 응원했지 뭐야. 골키퍼 유니폼을 입었으니 비록 붉은색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은 화면 속 태극전사들과, 비가 쏟아지는 한반도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외친 국민들과 똑같았어. 대표팀에 소집된 뒤에도 통화는 매일 하면서 짧게짧게 무뚝뚝하게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래도 일부러 경기 얘기를 안 하는 것 다 알아. 나한테 걱정 끼치기 싫어서 그런 거잖아.

그리스 게임 전날에도 통화할 때 내가 물었지. “어디 다친데 없어? 컨디션은 어때?” 기억나는지 모르겠지만 오빠 대답은 “새삼스럽게 왜 그런 걸 물어봐”였지.

주변 분들이 너무 따스한 시선을 보내주고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야. 우리 부부를 이렇게 좋게 봐주시니 그냥 행복해.

사랑이 출산도 잘할 수 있어. 오빠 없어도 전혀 서운하지 않아. 오히려 내가 챙겨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지.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전이 열리는 17일이 출산 예정일인데,

오빠는 오직 축구 생각만 해. 나중에 돌아와서 보다 자랑스런 아빠 모습 보여줘.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from. 아내 미정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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