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조’라고? 팬들엔 ‘기쁨조’!

입력 2010-06-1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G조 4개국 대표선수 “16강 절대 양보못해”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북한, 브라질이 속한 G조는 이른바 ‘죽음의 조’로 불린다. 왼쪽부터 각 팀의 대표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디디에 드로그바, 정대세, 카카.스포츠동아DB

역대 ‘죽음의 조’ 탄생과 진화
82년 브라질-아르헨-伊 2라운드 3조
최강 3팀 정면충돌 ‘사상 최대의 혈전’
98년 스페인 등 D조 경쟁도 흥미진진

정글에서는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이 적용된다.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도 종종 정글에 비유된다. 세계 축구의 지존을 가리는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

대회운영방식에 몇 차례 변화를 주긴 했지만 ‘조별리그 후 토너먼트’로 최후 승자를 정하는 골격은 유지돼왔다. 조별리그에서는 패하더라도 내일이 있다. 반면 토너먼트는 다르다. 지면 끝장이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부터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는 팀들도 있다. 이른바 ‘죽음의 조’(Group of Death)다.

15일(한국시간) AFP통신은 ‘죽음의 조’가 언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되짚어봤다. 15∼16일 잇따라 펼쳐진 코트디부아르-포르투갈, 브라질-북한의 G조 두 경기를 앞두고서다.

세계랭킹 1위 브라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르투갈, 디디에 드로그바의 코트디부아르가 속한 G조는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추첨 직후부터 ‘죽음의 조’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죽음의 조의 탄생!

AFP통신에 따르면 죽음의 조의 기원은 1970년 멕시코월드컵 3조 잉글랜드·브라질·체코슬로바키아·루마니아. 당시 잉글랜드는 디펜딩챔피언, 축구황제 펠레를 앞세운 브라질은 통산 3회 우승에 도전하는 강호였다. 체코슬로바키아 역시 1962년 칠레월드컵에서 준우승한 동구권의 강자.

이 조를 멕시코 언론에서 스페인어로 ‘grupo de la muerte’, 즉 죽음의 조로 처음 지칭한 것이다. 월드컵 사상 첫 죽음의 조 혈투에서 브라질이 3전승 1위, 잉글랜드가 2승1패 2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했고, 1승2패의 루마니아와 3패의 체코슬로바키아는 탈락했다.

브라질은 결국 우승까지 달성했다.

○죽음의 조의 진화?

AFP통신이 추가로 지목한 역대 월드컵의 죽음의 조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 2라운드 3조(브라질·아르헨티나·이탈리아)와 1986년 멕시코월드컵 E조(우루과이·서독·덴마크·스코틀랜드), 1998년 프랑스월드컵 D조(스페인·나이지리아·파라과이·불가리아)다.

스페인월드컵에서는 이탈리아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주저앉히고 4강 토너먼트에 올랐고, 멕시코월드컵에서는 덴마크·서독·우루과이가 조 1∼3위로 나란히 16강에 합류했다. 또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나이지리아와 파라과이가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렇다면 죽음의 조에 편성된 팀들의 속마음은 과연 어땠을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만 애타는 속내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인물이 있다.

프랑스월드컵 당시 스페인 사령탑 하비에르 클레멘테다. “이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죽음의 조가 아니라 ‘심장마비 걸릴 조’(Group of heart-attacks)다”며 그는 한숨을 지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