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오늘만은 칼퇴근”
학교선 자율학습 쉬기도
호프집-식당 단체예약 몰려
경기중계 영화관 전석 매진
결전의 날이 밝았다. 17일 오후 8시 반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중요한 고비가 될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를 앞두고 전국에서 응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그리스를 2-0으로 격파하면서 상승세를 탄 한국팀이 비록 강적이지만 아르헨티나를 꺾어 주기를 기원하며 응원 채비를 하고 있다.
○ 붉은악마 응원 장비 총동원
17일 한국-아르헨티나전에는 전국에서 200여만 명이 거리 응원에 나설 것으로 추산됐다. 경찰청은 16일 아르헨티나전 길거리 응원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태평로에 30만 명,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 20만 명 등 전국적으로 339곳에 총 20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인 붉은악마도 출전 준비를 끝마쳤다. 붉은악마 서울시지부장 정기현 씨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있는 붉은악마 창고에서 모든 응원 장비를 꺼내 응원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며 “이번 경기에서 붉은악마는 공식적으로 코엑스 앞 응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평일 퇴근 시간 후 경기가 시작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넥타이부대의 거리 응원 참여도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영동대로 주변 회사에 다니는 권철규 씨(30)는 “17일만큼은 칼퇴근했으면 좋겠다”며 “퇴근하자마자 직장 동료들과 붉은악마로 변신해 거리 응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 코엑스 앞 “준비 끝!”
결전을 하루 앞둔 16일 월드컵 응원의 메카 서울광장과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는 응원무대가 설치됐고 응원 현장을 생중계하려는 방송사 중계차량들도 미리 와서 준비를 마쳤다.
인근 편의점이나 호프집도 응원전을 치를 준비에 한창이었다. 편의점인 훼미리마트 서울광장점은 “그리스전 때도 맥주 1500개가 팔리는 등 평소보다 4배 정도 많이 팔렸는데 이번 경기에는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맥주 7000개, 생수 4000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신촌 강남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호프집이나 식당도 단체손님들의 예약이 몰렸다. 영동대로변에 위치한 호프집 주인 오모 씨(61)는 “평소에는 통닭을 하루 45마리 정도 팔지만 17일은 100마리를 준비해 놨다”며 “경기에서 이기면 모든 손님들에게 맥주 한 잔씩 대접하겠다”며 웃었다. 모텔 등 숙박업소들도 방이 없을 정도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모텔 종업원은 “평소에는 5커플 정도가 예약을 하는데 16일에만 10커플 이상이 전화로 17일 예약을 하고 대실료까지 입금을 마친 상황”이라며 “그리스전 때도 당일 예약이 쇄도했고 17일에는 방이 꽉 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광장과 영동대로 외에 영화관에도 붉은 물결이 뒤덮을 예정이다. CGV 홍보팀 김대희 과장은 “아르헨티나전을 3D로 생중계하는 35개 스크린을 비롯해 2D까지 포함한 전국 220개 스크린 3만5000여 석이 완전 매진됐다”고 말했다.
○ 단축수업하고 출근시간도 늦춰주고
단축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다. 서울광장에서 불과 2km 떨어진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에는 응원전이 펼쳐지면 북소리, 함성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배화여고 관계자는 “경기를 보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요청이 많아 평소 방과 후 수업에 이어 오후 5시 50분부터 하는 자율학습을 없애고 학생들이 월드컵 응원을 할 수 있게 배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기업들도 단체응원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17일 거제조선소 대운동장에서 직원들과 거제시민 등 3만 명이 함께하는 대규모 응원전을 진행한다. 가수를 초청해 콘서트를 곁들인 축제 마당을 열 계획이다. 오후 늦게 경기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출근시간을 늦춰주는 회사도 있다. IBK캐피탈은 아르헨티나전 다음 날인 18일 출근시간을 8시 반에서 9시 반으로 1시간 늦췄다. IBK 관계자는 “직원들이 이른 출근시간 부담 없이 마음껏 월드컵 응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출근시간을 늦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퇴근 후 곧바로 거리응원에 나서는 직원들을 위해 17일 하루는 붉은색을 포함한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