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의 이글아이] “한국 최다승? 난 일본 최다승일세”

입력 2010-06-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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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프로야구 최다승 투수가 만났다. 일본 요미우리에서 코치연수를 하고 있는 송진우(왼쪽)가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일 프로야구 최다승 투수가 만났다. 일본 요미우리에서 코치연수를 하고 있는 송진우(왼쪽)가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400승 전설’ 가네다와 우연한 만남
한국계 영웅과의 대화 자긍심 충전


최근 시리우스 경기를 보러 요미우리 구장에 나갔다가 뜻밖의 행운을 얻었다. 시리우스는 요미우리와 지바롯데의 육성군 연합팀으로 사회인야구팀과 경기를 하는데, 나는 2군경기가 아니어서 그라운드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구단 관계자들이 앉는 본부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방문을 여는 순간, 자리에 앉아 있는 고령의 한 신사와 눈이 마주쳤다. 한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TV와 신문기사 등을 통해 봤던 전설적인 투수. 현역 시절 그와 같은 대투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전율이 일었다. 바로 일본프로야구 최다승 투수인 가네다 마사이치(金田正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명은 김경홍(金慶弘). 1950년 고교 2학년 때 프로팀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천재투수였던 그는 1969년까지 20년간 활약하며 앞으로 깨지기 힘든 통산 400승에다 5526.2이닝, 4490탈삼진, 퍼펙트게임 1회, 노히트노런 1회 등 불멸의 기록들을 세웠다.

나는 얼떨결에 목례를 했다. 가네다는 유니폼에 등번호 130번을 달고 있는 나를 보더니 “코치냐?”고 먼저 물어왔다. 100번을 넘어가면 육성군 선수나 코치, 지원요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한국에서 왔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이때 통역을 맡고 있는 김성수 씨가 “한국에서 작년까지 투수로 뛰다 은퇴하고 코치연수를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몇 살이냐?”고 물었다. “마흔다섯 살”이라는 말에 “대단하다. 한국에서 몇 승 했느냐”며 질문을 이어갔다. “210승으로 한국 최다승을 기록했다”는 통역의 말에 그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자신도 일본 최다승 투수라며 현역시절 기록들을 들려줬다. 나는 “알고 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기록이다”며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는 나를 무척 편하게 대해줬다. 76세의 고령이지만 키는 나보다 컸고, 정정했다. 농담도 잘하고 호탕한 성격이었다.

요미우리 2군은 매 경기마다 수훈선수를 선정해 ‘가네다상’을 수여하는데 상금은 1만엔이다. 그는 가끔씩 요미우리 구장에 들러 후배들을 격려하고, 선수들은 전설적인 투수를 만나면서 꿈을 키우고 있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나는 “재일교포 2세라고 알고 있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고, 그도 굳이 “나도 한국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율을 느낀 건 단순히 한일프로야구 최다승 투수의 만남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가 현역시절 일본인으로 귀화한 뒤에도 어머니에게 배운 솜씨를 발휘해 일본선수들에게 삼계탕과 김치찌개를 끓여줬다는 유명한 일화가 떠오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나에게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될 것 같다.


송진우는?
등번호 21번을 달고 21년 동안 현역선수로 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다. 전설을 남기고 이제 또다른 비상을 꿈꾸며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에서 코치연수를 시작하며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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