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치료실은 일명 ‘사랑방’으로 통한다.
대표팀 합숙이 시작되면 태극전사들은 탁구, 독서, 영화보기 등 한정된 여가수단에 진력을 내기 마련이다. 2인1실을 사용하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는 말동무가 있어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 입성한 이후부터 1인1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선수 간에 대화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선수들이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직접 방으로 찾아가거나 휴게실 또는 치료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 중 치료실에 모여 부상 부위를 치료하거나 마사지를 받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또 치료실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기도 한다. 선수들은 평소 훈련과 미팅 때말고는 코칭스태프와 많은 대화를 주고받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의 사생활 및 자유시간을 최대한 보장해 주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치료실에서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자연스럽게 얘기를 주고받게 된다.
그런데 요즘 치료실이 한산하다. 아니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 선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대표팀의 관계자는 “치료실에 선수들이 보이질 않는다. 대표팀 주치의와 의무팀장이 할 일이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2차전까지 끝나게 되면 부상자가 속출하기 마련이다”며 “분명 아픈 선수들이 있는데 의무실을 찾지 않는 이유는 부상소식이 알려지게 되면 경기에 뛸 수 없을까봐 조용히 지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에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 월드컵 무대에서 뛰는 것을 꿈꾸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경미한 부상에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억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참고 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자신의 명성에 약이 될지 팀에 악영향을 끼치는 독이 될지는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러스텐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