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기에 앞서 조별예선에서 만날 유럽, 남미, 아프리카 팀들에게 딱 들어맞는 전략을 세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두 경기를 치른 현재 이 전략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지만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는 실패로 돌아갔다.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3차전에서 허 감독의 전략이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1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더반 모저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나이지리아전 공식기자회견.
이날 주장 박지성과 함께 참석한 허 감독은 16강 진출 여부가 달린 나이지리아전 맞춤형 전략을 묻자 “상대에 따라 선수 개개인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그러면서도 허 감독은 “경기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선제골을 주게 될 경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선제골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선제골을 넣길 원한다. 어떤 상황이 되든지 끈질긴 승부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에서 다소 허술한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사니 카이타가 그리스전에서 퇴장을 당해 한국전에 나설 수 없게 됐고, 왼쪽 측면 수비수 타예 타이워와 우와 에치에질레가 허벅지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을 노리겠다는 것이 허 감독의 전략.
또 맞춤형 전략의 일부인 심리적인 측면도 최대한 이용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스스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스전에서도 자기 분을 못 이긴 카이타가 상대 선수를 발로 차 퇴장을 당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이 분명 유리한 점을 안고 싸우지만 허 감독은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나이지리아의 전술을 봐왔고 공격진에 야쿠부 아이예그베니, 이케추쿠 우체, 피터 오뎀윙기에 등 훌륭한 선수가 많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진에도 조지프 요보, 대니 시투 등 좋은 선수가 많다. 나이지리아는 아주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전 때는 수비위주의 전술을 펼쳤던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전 때는 정상적인 경기를 할 것이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잘 맞춰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아직 단 한경기도 내보내지 않은 조커 안정환(다롄 스더)의 기용에 대한 질문에는 “언제든지 투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 평가전에서는 부진했지만 현재 몸 상태도 좋고 결정력이 있는 만큼 언제든지 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허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리 선수들은 원정 월드컵 16강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 마지막 종착역을 앞두고 있다. 선수들 모두가 16강 진출을 갈망하고 있고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 역시 선수들을 믿고 있고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더반(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