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가 홈 이점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것이다.”
주장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우루과이와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본선 16강전 필승의지를 드러냈다.
박지성은 2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의 일전을 하루 앞두고 공식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허정무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박지성은 “우리가 어느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홈 이점을 안고 이룬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해 증명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은 역대 우루과이와의 맞대결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1990년 6월21일 이탈리아월드컵에서 0-1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2월13일 원정 평가전에서 1-2로 졌고 2003년 6월8일과 2007년 3월24일 평가전에서도 나란히 0-2로 무너졌다.
특히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예선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남미 특유의 개인기와 스피드에 밀려 1-4로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두 번의 실패는 당하지 않겠다는 것이 박지성의 생각이다. “조별예선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남미 팀과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우루과이전에는 아르헨티나전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 그가 강조한 내용.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넘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우루과이의 막강 화력을 막아내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루과이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출신 디에고 포를란을 비롯해 지난 시즌 48경기에서 49골을 터뜨린 네덜란드 득점왕 루이스 수아레스 등이 한국의 골문을 정조준하고 있다. 두 선수는 이번 대회 팀의 4골 중 3골을 책임졌다.
박지성은 포를란에 대해 “포를란이 스페인리그에서 보여준 모습과 득점 장면을 보면 왜 득점왕에 올랐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슈팅력, 움직임, 패스 등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위협적인 요소들을 갖췄다”며 경계대상 1호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루과이는 조직적인 팀이다. 조별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우리는 그들의 조직력을 어떻게 파괴하고 공략할 것인지 한 선수에 얽매이지 않고 팀에 대한 생각을 우선적으로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은 지난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뒤 주장이라는 역할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그는 최고의 경기력 뿐만 아니라 주장의 역할을 100% 해주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현재 대표팀의 선수들은 프로팀에 속해있고 스스로가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할 지 알고 있다. 선수들이 편하게 생활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을 마련해주는 것이 나의 몫이다. 그라운드에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선수들 스스로의 몫이다”고 대답했다.
허정무 감독은 “솔직히 처음 박지성에게 주장을 맡길 때 여러 사람들이 의아해 했었다. 오늘 오는 차 안에서도 ‘머리 좀 많이 아프지’라고 대화를 나눴다”며 “무거운 짐을 지어준 것은 나였다. 그러나 이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일이었다. 현재 그의 역할에 120% 만족하고 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선후배 사이에서 내면적으로는 고민도 많겠지만 잘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