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FIFA 부회장. 스포츠동아DB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겸 전 한나라당 대표는 25일(한국시간)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쾌거를 달성한 태극전사들의 병역특례혜택 문제와 관련해 차분한 접근을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낸 건의서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해도 병역특례를 줄 수 없을 것이라는 국방부 관계자 말을 인용한 국내 언론보도에 대해 “틀린 이야기를 부적절한 시점에 한 것”이라며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 뒤 병역특례 필요성을 담은 내용을 김태영 국방부장관과 정정길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 부회장은 이번 한구의 16강 진출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2002년 국내에서 16강에 진출했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 시행령(병역특례를)을 고쳐줬으면 한다”며 “해외원정 16강 진출은 국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는 해주고 이 보다 더 어려운 해외경기에서는 안 해주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지적까지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정을 총괄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국제사회와 국내의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경중이나 우선순위가 있다. 김대중 정부는 그런 사실을 몰라서 혜택을 준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올림픽 3위와 월드컵 16강 진출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참고로 일본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축구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월드컵 16강은 일본에서 공동개최 된 2002년에 겨우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 회장은 병역특례가 한국축구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02년에 박지성, 이영표 같은 선수들이 혜택을 받았고 이후 해외로 진출해 잘하고 있다. 이제는 박주영, 기성용 같은 후배 선수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지성, 이영표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젊은이들로서 그들이 국가의 병역의무를 회피하려 하고, 애국심이 없다면 그러한 투혼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신성한 병역의무를 회피하고 돈을 더 벌기 위해 병역특례를 요청하는 것으로 생각이야말로 시대착오적인 무지라고 본다”는 것이 정 회장이 언급한 내용.
특히 그는 “병역의무가 없는 일본에서는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혼다와 같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늘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지만, 축구도 전쟁이라면 전쟁인데 정부관계자가 틀린 이야기를 중요한 월드컵 경기를 앞둔 부적절한 시점에 한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정 회장은 “월드컵이 끝난 뒤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며 병역특례에 대한 입장을 마무리지었다.
한편,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조중연 축구협회장의 언급과 관련, “병역법 규정상 어렵기 때문에 특별히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원 대변인은 또 “현행 병역법은 병역특례 대상을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로 한정하고 있다”며 “축구만 예외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