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에서 시작된 ‘오심 퍼레이드’가 16강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이 역대 ‘최악의 오심월드컵’으로 자리매김했다.
28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독일과 잉글랜드의 16강전에서 잉글랜드의 프랭크 램퍼드가 터뜨린 명백한 득점이 노골로 선언됐고, 이어 벌어진 아르헨티나-멕시코전에서도 명백한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나온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테베스의 골이 그대로 득점으로 인정되는 등 오심이 줄을 이었다.
두 골 모두 승부 흐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줄 잇는 오심
21일 브라질-코트디부아르의 G조 조별리그. 후반 6분 브라질의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가 공을 넣을 때 무려 두 차례나 팔로 공을 건드렸지만 주심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18일 미국과 C조 조별리그 슬로베니아 경기에서는 미국의 모리스 에두(레인저스)가 후반 41분에 넣은 골이 황당한 파울 선언으로 노골이 됐다. 이뿐 아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오심은 숱하게 나왔다.
한국도 피해자였다.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 후반 곤살로 이과인이 터트린 추가골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벌어진 것이었지만 골로 인정됐다. 26일 우루과이와 16강전에서도 후반 18분 기성용이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상대 반칙으로 넘어졌으나 그냥 넘어갔다.
○비디오판독 도입해야
주심 1명과 선심 2명 대기심 등 4명의 심판이 넓은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90분 내내 정확히 잡아낸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생생한 화면을 잡고자 경기당 32대의 카메라를 투입,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이 잡듯 포착하면서 오심은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8개의 눈 보다는 32개의 카메라가 더욱 넓고 정확하게 경기 상황을 볼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순간적으로 지나가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장면이 화면에 잡히면서 오심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보인다는 얘기다.
결정적 상황에서 나오는 오심에 FIFA도 할 말이 별로 없다. 대신 이번 기회에 심판을 6명으로 늘여야 한다는 견해와 함께 야구처럼 축구도 비디오 판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잉글랜드의 램퍼드와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경기 직후 “비디오 리플레이나 골라인을 넘어갔는지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 역시 “FIFA는 이번 월드컵에서 32억 파운드를 벌어들이면서도 오래 전부터 가능했던 간단한 기술을 도입하려 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FIFA는 현행 4심제(대기심판 포함)에서 6심제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해서는 경기의 흐름을 끊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