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복제보다 더 무서운 중고 게임 시장

입력 2010-06-29 18: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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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게임으로 인해 무너지는 게임 업계, 살길 없을까
“중고 게임이 불법 게임보다 더 문제입니다”

현 EA스포츠의 피터 무어 대표가 한 말이다. 최근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고 게임 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동안 게임 업계는 불법 복제라는 공공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중고 게임 시장 때문에 이 같은 시도마저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중고 게임 거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게임을 구매한 후 적은 가격에 판매를 하거나 다른 타이틀과 교환하는 형태는 오래 전부터 비디오 게임 구매자들 사이에서 적은 비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 받아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개발사와 유통사가 겪는 피해는 불법 복제 못지 않게 커지고 있다.

중고 게임을 주로 구매하고 있다는 직장인 강모씨(28)는 “최신 게임 유행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게임을 사다 보니깐 자연스럽게 중고 게임을 구매하게 됐다. 가격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이왕이면 중고를 산다”고 말했다.

게이머들이 중고 게임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한 번 엔딩 본 게임은 굳이 또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장하지 않고, 교환 형식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자신이 하고 싶은 타이틀을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품 출시 이후 이틀 정도면 게임이 풀리기 때문에 신작 구매에 대한 부담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들의 움직임 때문에 개발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임 타이틀 판매 수익은 줄어들고 개발사로 가야 할 일부 소득이 매장이나 다른 사용자들에게 돌아가버리기 때문. 한 개의 타이틀을 8~9명이 나눠 즐기는 형태가 되다 보니 그만큼 수익이 떨어졌으며, 시장 내에서 기대치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는 문제가 함께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게임 판매 매장들도 마진이 많이 남는 중고 거래를 추천하고 있으며, 개인 간의 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중고 게임 시장이 커지다 보니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노력 못지않게 중고 거래를 막기 위한 노력에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렇다면 실제로 중고 게임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어느 수준이 될까.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실제 정품 구매자들 중 중고 게임 이용자들은 약 70% 수준이다. 1만 명을 기준으로 불법 복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전체 게이머를 기준으로 56% 수준인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높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국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중고 게임 시장이 매우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중고 게임 시장의 지나친 활성화로 인해 신품 시장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13’과 ‘몬스터헌터 트라이’의 경우는 중고 타이틀의 범람으로 인해 출시 이틀만에 소프트웨어 가격이 실제가의 40% 수준까지 떨어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게임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중고 게임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EA와 THQ는 온라인 게임 모드에 라이센스 키를 적용, 중고 사용자가 온라인 모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내 라이센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다운로드 콘텐츠 형태의 게임과 정품 사용자들에게 대한 혜택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EA스포츠의 피터 무어 대표를 비롯해 많은 선두 개발자들은 E3 2010을 비롯해 개발자 컨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에 참가해 중고 게임이 문제가 되는 이유와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도 많은 개발사들이 중고 게임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마련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이 중고 게임 시장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런 상황에는 법적인 문제도 큰 역할을 했다. 현행법 상 게임 타이틀의 양도 및 대여를 막을 권리나 권한은 없고, 개인의 사적 이용의 경우는 다른 매체로 복제도 된다. 중고 타이틀 거래 매장도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이 역시 불법이라고 보기 힘들다.

결국 중고 게임 범람으로 생기는 문제는 게이머들에게 돌아간다. 한글화 타이틀과 정식 발매 타이틀이 매년 줄어들게 되고, 게임 타이틀의 가격은 계속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일부 게이머들은 게임사들이 게임 가격을 계속 올리기 때문에 게임 판매량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불법 복제와 중고 거래로 인한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게이머들이 말하는 비디오 게임 업체가 시장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핑계다. 비디오 게임 시장의 활성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게이머와 업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게임을 하나의 산업, 그리고 문화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동현 게임동아 기자 (game@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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