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은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몇 차례 고비를 맞는다. 기술적, 혹은 정신적인 슬럼프도 있지만 날씨가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특히 장마와 함께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혹서기가 가장 큰 고비가 되는 것 같다.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개인은 물론 팀 성적도 좌우되곤 한다.
일본도 요즘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한국보다는 일주일 정도 일찍 장마가 시작된 것 같다. 이곳은 실내훈련장 시절이 잘 갖춰져 있어 훈련에는 지장이 없으나 우천으로 게임이 연기되는 사례가 많다. 들쑥날쑥한 경기 일정으로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이 힘들 수밖에 없다. 또한 일본은 섬나라라서 한국보다 습도가 높아 몸으로 느껴지는 더위의 강도가 훨씬 더하다.
그래서인지 일본선수들은 장마철 기간에 체력관리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이곳 트레이너 말에 의하면 자기 몸은 자기가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 체력과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체계적인 훈련 스케줄은 물론 과학적인 식단을 짜서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를 돕고 있다. 선수들은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수분섭취가 매우 중요하고, 아침식사시에는 염분이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고 한다. 눈에 띄는 것은 이곳 선수들은 여름철 떨어지는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홈경기 이후에는 러닝훈련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이 역시 트레이너들이 스케줄을 짜 관리한다.
나도 선수 시절에는 이 시기가 되면 힘들었다. 특히 장마철보다는 장마가 지난 뒤 열대야가 올 때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다음날 훈련이나 게임 때 좋은 컨디션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열대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면 다음날 무기력하고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특별히 보약을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밥심으로 여름을 버텨왔다. 식욕이 떨어지는 시기지만 억지로라도 평소 먹는 양만큼의 식사를 하면서 체력관리를 했다. 주위에는 보양식을 먹는 선수도 많았다.
한국에서도 시즌 중반까지는 맹활약을 펼치다 장마철에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선수가 간혹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치러본 경험이 적은 어린 선수들은 이 시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보양식을 먹든, 훈련을 통해 체력관리를 하든, 장마철 기간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법을 스스로 느끼면서 극복해가길 바란다. 노하우가 많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할 필요도 있다. 장마철과 혹서기를 잘 나는 선수가 결국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송진우는?
등번호 21번을 달고 21년 동안 현역선수로 프로야구 무대를 누볐다. 전설을 남기고 이제 또다른 비상을 꿈꾸며 새로운 출발선상에 섰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에서 코치연수를 시작하며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