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의 월드컵 포커스] “이제부턴 진짜 실력”…8강 8개팀 분석

입력 2010-07-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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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전 성남일화 감독. 스포츠동아DB

공은 둥글다지만 ‘브우아스’ 한수위
2010남아공월드컵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대회 종료까지 꼭 8경기만이 남아있다.

8강전은 그야말로 유럽과 남미의 진검승부가 될 전망이다. 독일-스페인-네덜란드가 살아남은 가운데 남미의 양대 산맥 아르헨티나-브라질- 파라과이-우루과이가 아프리카 유일의 자존심으로 남은 가나와 함께 한 판 격돌을 앞두고 있다.

김학범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성남 일화 감독)은 “유럽의 부진이 계속되며 남미 강세가 두드러져 보였던 것뿐이다. 8강전부터는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FIFA랭킹 4위 네덜란드 VS FIFA랭킹 1위 브라질 2일 오후 11시

멤버·공수균형…삼바축구가 두수위

전체적으로 브라질이 우위라고 하겠다.

네덜란드는 철저히 4-3-3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조직력을 강조하는 팀이다. 헌데 이번 대회는 다르다. ‘토털사커’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음에도 좌우 측면을 흔들어주는 이가 보이질 않는다. 네덜란드 축구는 전통적으로 측면을 중시했다. 볼 배급을 해줘야 할 좌우 날개가 제대로 흔들어주지 못할 때 전체 힘이 떨어지는 경향이 짙었다.

요즘 네덜란드는 로번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로번이 없거나 부진하면 네덜란드도 역시 같은 상황을 맞았다. 로번이 출전하지 않았던 조별리그 일본전을 보면 얼마나 그의 비중이 큰지를 알 수 있다. 엘리아가 있지만 경기 전체를 흔들어주는 역할에는 미치지 못한다.

반면 브라질은 예선부터 꾸준히 컨디션을 끌어올린 게 강점이다.

멤버 구성도, 공수 균형 모든 부분에서 앞선다. 밸런스가 좋다. 네덜란드처럼 ‘토털사커’ 등 딱히 한정되는 수식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흐름을 잘 타고 있다. 포르투갈전이 조별리그 최고 위기였지만 16강 순위를 결정짓는 경기라서 그런지 이렇다할 변수가 없었다.

호비뉴와 카카 등 스타들이 요소요소에 포진돼 조직과 개인기를 두루 발휘한다. 게임을 쉽게 풀어간다.

네덜란드 판 페르시는 항상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볼이 주어지지 않는다. 원 톱 효과는 측면에서 시작되는데 브라질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FIFA랭킹 6위 독일 VS FIFA랭킹 7위 아르헨티나 3일 오후 11시

독일 체력한계 극복이 승부 분수령
아르헨티나 역시 브라질과 행보가 같다. 조별리그를 치르는 동안 큰 무리 없이 16강에 진출했다. 그리스, 나이지리아, 한국 모두 아르헨티나보다 한 수 아래였다. 따라서 강한 상대가 아닌, 한 수 아래의 전력을 구축한 팀들과 만나면서 컨디션을 조절할 여유를 충분히 가졌다.

스타의 역할에서도 차이가 나올 수 있다. 빅매치일수록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스타의 역량이 중요한데, 아르헨티나에는 리오넬 메시가 있다. 최상의 경기력에 흐름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선수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메시의 경우, 베론의 출격 여부가 관건이다. 역할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특히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왼발로 감아 차는 슛을 독일 수비진이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독일의 키워드는 체력 회복이다.

조별리그에서 예방주사를 많이 맞고 왔다. 세르비아에 패하는 등 위기까지 겪었다. 공격수 퇴장이란 예상치 못한 변수도 겪는 등 여러 상황을 총체적으로 접해왔다. 올라와서도 잉글랜드를 만나 고전해야 했다. 면역력이 생겼으나 ‘체력 소진’이란 치명적 약점도 함께 드러냈다.

독일 축구는 안정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수비에 올인하는 건 아니다. 카운터 어택에도 강하다. 아르헨티나는 막강한 공격라인에 비해 뒷문이 조금 허술하다. 상대 문전을 헤집을 수 있는 클로제의 공간 확보가 잘 이뤄진다면 독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FIFA랭킹 16위 우루과이 VS FIFA랭킹 32위 가나 3일 오전 3시30분

포를란 등 스타의 힘…우루과이 우세승부는 초반 점유율이다.

여기에는 공격 진영 볼 점유율이 될 수도, 선취 골을 의미하는 게 될 수도 있다.

우루과이에는 수아레스와 포를란이라는 걸출한 대형 스타가 있다. 플레이 스타일 등 딱히 강한 면모는 보이지 않지만 확실한 한 방을 갖추고 있어 승리도 노릴 수 있다.

자, 한국전을 생각해보자.

당시 한국은 오히려 내용적으로 우루과이보다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우루과이의 승리였다. 볼은 우리가 자주 가지고 있었지만 수비 지역이 공격에 비해 점유율이 높았다.

한 번 찾아올 수 있는 찬스를 살려서 전세를 뒤집어버릴 수 있는 능력에서 우루과이가 좋았다.

가나의 강점은 ‘홈 어드밴티지’다. 환경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다. 반면 한 명에 의존하는 모습이 좋지 않다.

기안에 모든 걸 맡긴 듯한 인상이다. 조직력은 좋지만 기복이 심하다.

분위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 기량차가 확연하게 보인다.

그러나 우루과이든, 가나에게든 서로에게 이처럼 좋은 상대는 없다. 4강까지 무난한 대진표가 나왔다는 점도 일종의 변수가 될 수 있다.FIFA랭킹 2위 스페인 VS FIFA랭킹 31위 파라과이 4일 오전 3시30분

파라과이 수비축구 스페인 못막아경험적 측면을 가장 먼저 꼽고 싶다. 큰 팀은 큰 경기에 강할 수밖에 없다. 스페인은 단순히 16강 진출이 아닌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고, 파라과이는 오래전 8강에서 번번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누구든 약점이 있다. 스페인은 다비드 비야가 예전 대표팀 에이스 라울 곤살레스의 뒤를 잇지만 옛 추억을 되살리기는 2% 부족하다.

당시 사령탑 아라고네스 감독은 선수단을 강한 카리스마로 다잡았다면, 요즘 대표팀을 이끄는 델 보스케 감독은 선수들을 잘 헤아려주는 스타일이다. 20년 가까이 레알 마드리드의 2군 감독으로 지내며 카시야스 등 많은 스타들을 키워낸 게 큰 도움이 됐다. 이른 바, 부드러운 리더십이라고 할까?

파라과이는 첫 8강 진출이라 성취감과 만족감에 취할 수밖에 없다. 매 경기 철저한 수비 위주로 경기를 펼친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우승이 아닌, 한 경기라도 더 하기 위해서 파라과이는 당연한 선택을 했다.

매번 사력을 다하다보니 체력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본전에서 연장전 끝 승부차기까지 갔던 것도 파라과이의 고전이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딱히 위협적인 선수도 없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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