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캐릭터성 바탕으로 게임 내 인기인으로 자리잡아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면 퍼즐과 같은 일부 특별한 장르를 제외하고는 주인공의 앞길을 방해하는 악당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무기를 사용해 공격하거나 함정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해 수단을 통해 게이머가 게임을 클리어 하는 것을 막으며, 게이머는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이들 악역 들 중 일부는 외모나 행동, 언행 등에서 특유의 모습을 선보이며 게임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이끌어 자신의 존재를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고 있으며, 어떤 게임에서는 주인공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밸브의 퍼즐 슈팅게임 '포탈'에 등장하는 슈퍼 컴퓨터 'GLaDOS'는 게임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연구 시설에서 실험에 동원되는 게이머의 게임 진행을 돕는 도우미의 역할을 한다. 소프라노인 엘렌 맥레인이 연기한 'GLaDOS'는 이 실험이 모두 끝나면 달고 촉촉한 케이크가 기다리고 있다며 주인공이 다양한 난관을 풀어가도록 하지만 그 난관이 모두 끝난 순간 케이크 대신 주인공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며 악역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낸다.
또한 탈출을 위한 최후의 대결에서 주인공의 탈출을 막기 위해 신경독과 레이저 공격을 퍼부으며, 게이머가 탈출에 성공한 후에 등장하는 엔딩곡 "STILL ALIVE"에서 과학을 위해 살아남은 자들로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게이머에게 보내며 충격을 준다.
'GLaDOS'는 이런 악행을 바탕으로 해외 게임 웹진 IGN에서 발표한 악역 TOP 100 에서 수많은 라이벌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바이오쇼크'에 등장하는 프랭크 폰테인 역시 악랄한 캐릭터로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폰테인은 게임의 무대인 랩처에서 특수한 물질인 아담을 채취하는 리틀 시스터와 빅대디를 이용해 부를 쌓는 캐릭터로 등장하며, 정적인 앤드류 라이언을 해치우기 위해 그의 정자가 담긴 수정란을 조작해 주인공을 만들고 랩처를 차지하기 위한 음모를 꾸민다.
많은 게이머들은 게임의 안내자 역할로 등장하는 아틀라스가 폰테인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것과 그의 "~해주시지 않겠습니까?"라는 정중한 부탁이 자신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위한 주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커맨드앤컨커에서 NOD 진영의 지도자로 등장하는 케인은 레닌과 비슷한 외모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10년 이상 지속된 커맨드앤컨커 프랜차이즈의 최고 인기 캐릭터로 군림해왔다.
케인은 그는 NOD 내에서도 자신의 부하들 충성심을 끊임없이 시험하고 배신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는 등 종교의 교주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타이베리움을 둘러싼 GDI와의 전쟁에서 매번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다음 편에는 멀쩡하게 살아 돌아오면서 불사신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게임 중간 중간 만날 수 있는 케인 역의 배우인 조 쿠건의 사악한 음모가 가득한 얼굴 표정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스릴과 도전 정신을 선사해주며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악당의 대명사로 군림할 수 있도록 했다.
슈퍼마리오 시리즈에 등장하는 거북이 등껍질 대마왕 바우저 쿠퍼나 소닉 시리즈의 닥터 에그맨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연기를 바탕으로 큰 인기를 얻어 이제는 플레이 캐릭터로도 자주 등장한다.
바우저 쿠퍼는 매 시리즈에서 피치공주를 납치하고 마리오 앞에 다양한 미로를 선보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많은 인기를 등에 업고 출시되는 다양한 부속 게임들에 파워형 캐릭터로도 종종 출장하며 마리오 형제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닉 시리즈에서 소닉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닥터 에그맨은 세계를 정복해 '에그맨 랜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그 역시 비슷한 형태의 게임에서 플레이어 캐릭터로 종종 등장한다. 워낙에 초기 소닉 게임에서 강력한 보스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능력치가 좋은 경우가 많아 사기성 캐릭터라는 소리도 듣긴 하지만, 바우저와 마찬가지로 "보다보니 정이 들더라"는 사람들이 많아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와 같이 게임 속에서는 저마다의 캐릭터를 잘 살린 악역들이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실제로 게임 속 악역들이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게임에서 등장하거나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외전 형식의 게임이 따로 발매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등장할 게임들에서는 또 어떤 악역들이 자신만의 특징을 펼쳐보이며 게임의 인기인으로 자리잡게 될지에 대해 기대해보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김형근 게임동아 기자 (noarose@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