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결승나갈 것” 또 빗나가 ‘펠레의 저주’ 확인
크라위프-베켄바워 등 ‘거침없는 한마디’도 화제
크라위프-베켄바워 등 ‘거침없는 한마디’도 화제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준우승을 이끈 크라위프는 네덜란드와 브라질의 8강전을 앞두고 “브라질이 예전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지루한 팀이 됐다. 이번 월드컵에서 돈 내고 브라질 경기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과 1998년 자국의 덜미를 잡은 브라질의 신경을 건드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카를루스 둥가 브라질 감독은 “나라면 최고의 기술을 가진 브라질 경기를 기꺼이 돈 내고 보겠다. 크라위프는 보기 싫으면 보지 마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결국 네덜란드에 1-2로 역전패했고 화려한 기술보다는 수비와 조직력을 강조한 ‘실리 축구’를 추구했던 둥가 감독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1974년 월드컵에서 선수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 우승을 맛본 베켄바워는 잉글랜드를 향해 연일 독설을 쏟아냈다. 잉글랜드가 미국과의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를 1-1로 비기자 그는 “잉글랜드가 옛날의 뻥 축구로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자국 선수를 키우는 대신 전 세계에서 우수한 선수를 사오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의 16강전 상대로 잉글랜드가 결정된 후에는 “잉글랜드는 지쳐 보인다”며 다시 한 번 기죽이기에 나섰다. 독일이 승리를 거두자 모든 면에서 독일이 잉글랜드를 앞섰다고 했다.
축구 기술의 퇴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에우제비우는 “1960년대에는 전 세계에 훌륭한 선수가 넘쳐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많은 골이 터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괜한 발언으로 본전도 못 찾은 경우도 있다. 펠레는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과 스페인이 최강”이라고 말했고 “브라질과 아프리카 팀이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8강 대진이 확정된 뒤에는 “브라질과 독일-아르헨티나 중 한 팀이 결승에서 만날 것”이라고 했다. 너무 자주 빗나가 논란이 됐던 이른바 ‘펠레의 저주’ 탓에 브라질 국민은 불안에 떨었고 결국 브라질은 탈락했다. 펠레는 조국 브라질 대표팀의 기를 북돋우려고 한 발언이었겠지만 브라질로선 ‘펠레의 저주’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 됐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